“1평당 1개 품목만 팔아라” 자갈치시장의 황당한 규정

“1평당 1개 품목만 팔아라” 자갈치시장의 황당한 규정

입력 2016-10-14 09:44
업데이트 2016-10-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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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점포 면적 따라 수산물 판매 제한’ 결정…‘영세 조합원 고사 목적’ 의혹

부산 대표 수산시장인 자갈치시장이 별다른 근거 없이 점포 넓이에 따라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규정을 정해 조합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갈치시장 상인회인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은 지난 8월 29일 이사회에서 점포별로 면적 3.3㎡당 1개 수산물만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을 결정해 공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자갈치시장 건물 1층에서 입주한 300여 조합원들은 점포당 면적이 3.3㎡(1평) 이상이면 1개 품목, 6.6㎡(2평) 이상은 2개 품목, 9.9㎡(3평)를 넘으면 3개 품목을 팔 수 있는 셈이다.

자갈치시장의 판매품목은 산 생선인 활어, 죽은 생선인 선어, 전복·해삼·멍게·낙지·조개 등 패류, 킹크랩·새우·로브스터, 게 등 갑각류, 먹장어, 호래기(죽은 오징어 포함) 등 모두 6가지다.

점포 면적에 따라 6가지 판매품목 중 일부를 판매할 수 있다.

자유롭게 영업하다가 졸지에 판매 품목을 제한 당한 조합원들은 이 규정이 불합리하고 독단적이라고 반발했다.

한 조합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포 면적에 따라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며 “넓은 점포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품목을 팔 수 있다는 것은 ‘약육강식’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상인회 이사회가 지난달 21일부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 강력한 징계에 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조합원들은 전했다.

이 규정을 뒷받침할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점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상인회 측은 정관을 근거로 점포 면적당 판매품목을 제한했다고 했지만, 정관 어디에도 이를 유추할 만한 문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패류처리조합 관계자는 “정관에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40년 전 조합이 생길 때부터 점포 면적에 따른 품목을 제한해왔다”며 “몇 년 전부터 이 원칙이 허물어져서 바로 잡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조합원은 그런 원칙을 들어본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규정 신설 이면에는 자갈치시장 내 권력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과 많은 점포 수를 가진 현 조합장과 이사진 등 조합 지도부가 결국 영세 조합원의 수산물 판매를 막아 고사시키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점포 면적 3.3㎡당 1번의 투표권이 있는 어패류처리조합장 선거는 내년 8∼9월 치러진다.

어패류처리조합은 최근 특정 소주 회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경쟁사의 소주를 팔지 못하도록 내부 각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패류처리조합은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자갈치시장 건물을 2006년부터 2028년까지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용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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