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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덜 깬채 민원인 ‘음주 조사’한 경찰 간부…‘은폐 의혹’까지

술 덜 깬채 민원인 ‘음주 조사’한 경찰 간부…‘은폐 의혹’까지

입력 2016-07-05 09:28
업데이트 2016-07-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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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일으켰는데도 서장·감사관에 두 달 가까이 보고 안 돼

서울 한 경찰서의 간부 경찰관이 술이 덜 깬 채 민원인을 조사해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경찰서장이나 청문감사관 등에게는 두 달 정도가 흐를 때까지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슬그머니 사직한 사건을 놓고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경찰에 또다시 은폐 의혹이 불거질 전망이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직장인 김모(60)씨는 토요일이던 올해 5월 7일 오전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러 서울 성동경찰서를 찾았다.

앞서 김씨는 올해 초까지 다니던 보험설계 회사를 자신의 재취업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약속 시각인 오전 10시 사건 담당자인 경제2팀 이모(28) 경위의 책상 앞에 앉은 김씨는 이 경위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경위는 당일 새벽까지 지인의 상갓집에서 소주 등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경위가 눈이 충혈된 채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고,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기까지 했다”며 “물론 술 냄새도 많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젊은 사람이 왜 그러냐. 경찰 된 지 몇 년 됐냐’고 묻자 ‘저 경찰대 나왔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이더라. 어이가 없고 화가 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 따라와서는 ‘술이 덜 깼다’며 사과하기에 용서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담당 경찰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경제2팀장인 강모 경감에게 조사관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자 강 경감도 “이 경위는 경찰대 출신이기 때문에 조사를 잘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이 경위를 존중한다”며 부하 직원을 옹호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팀장까지 부하가 경찰대 출신임을 들먹이며 감싸는 모습에 오히려 더 화가 났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당일 상황실장을 맡은 경무과장과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동환 성동경찰서장과 청문감사관은 두 달 정도가 지난 최근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경위의 담당 팀장과 상황실장이던 경무과장, 청문감사관실 직원 모두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경무과장은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사실은 파악했지만, 조사를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사과만 시키고 상황을 끝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의 취재가 들어오고 나서야 사실 관계를 파악한 청문감사관은 “청문감사관실 직원이 민원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김씨가 ‘집에 가서 써오겠다’며 서류를 가져갔다가 돌아오지 않아서 공식 접수 및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직전 술을 마셨다면 중징계 대상이겠지만,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것이므로 강하게 문책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며 “민원인에게 직접 연락해 정중히 사과하도록 하고, 자체 주의나 경고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찰의 해명에도 김씨는 “서장에게 보고해 달라는 요청을 경무과장이나 청문감사실 직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휴일에 일어난 소란을 당일 근무자끼리 무마해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닌 지 의심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술이 덜 깨서 조사가 힘들면 일정을 며칠 미루면 되지 않느냐”며 “경찰대 출신이면 4년 동안 나랏돈으로 공부한 것인데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듯한 시민 응대 태도도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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