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디까지’ ‘누가’ 지우게 할 것인가

[단독] ‘어디까지’ ‘누가’ 지우게 할 것인가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6-02-18 23:16
수정 2016-02-1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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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도입 주요 쟁점

과거 작성·개인분쟁 게시물 대상…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 있어

‘잊혀질 권리(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도입의 쟁점은 ‘어디까지 지워야 할 것인가’와 ‘누가 판단할 것인가’이다. 이르면 3월,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 발표될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는 별도의 심의위원회 설치 여부, 적용 대상과 범주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언론사 기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인 등 공인은 원칙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요구할 수 없고, 주로 개인이 과거에 작성한 게시물, 개인 간 분쟁이 된 게시물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 연구반에서도 언론사 기사 제외, 1차적으로 인터넷 검색업체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판단 이후 검색정보심의·조정위원회 판단 등 최소한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잊혀질 권리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통상 유럽 국가들이 잊혀질 권리 입법화에 적극적인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2007년 독일에서는 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하고 나온 두 출소자가 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자신들이 살인자로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름을 지워 줄 것을 요청했다. 위키피디아는 이를 거부했고 두 출소자는 법적 공방까지 벌였다. 2008년 1월 독일 함부르크 법원은 두 출소자의 손을 들어줬다. 위키피디아 기록이 출소 후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위키피디아 독일어판에서는 두 사람의 이름이 삭제됐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미국 법원은 연방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조항을 근거로 두 출소자의 요구를 거절했다. 해당 판례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독일과 미국의 명확한 시각차를 보여 주는 사례다. 미국이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게 되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인터넷기업들이 대형 소송에 휘말리면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은 정치인, 유명인과 같은 공인에 관한 보도에까지 잊혀질 권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탈리아 의회는 ‘인터넷 권리장전’을 공식 발표했다. 인터넷 권리장전에는 인터넷 접근, 개인정보 보호, 잊혀질 권리, 익명성 등의 원칙이 포함됐다.

일본의 야후재팬은 지난해 3월 잊혀질 권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전과나 범죄 경력의 경우 공익성이 높은 정보로 보고 표현의 자유를 우선해 삭제 여부를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잊혀질 권리의 남용으로 정말 알아야 할 정보들이 없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잘못하다가는 현대판 분서갱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다음, 네이버 등이 입게 될 충격이 클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 환경에 맞는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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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6-0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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