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조카 사진 ‘찰칵’…올 설에는 연 대신 ‘드론’

하늘서 조카 사진 ‘찰칵’…올 설에는 연 대신 ‘드론’

입력 2016-02-06 10:30
업데이트 2016-02-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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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판매량 전년 대비 ‘폭등’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회사원 강진석(34.가명)씨는 이번 설에는 조카와 함께 드론을 날릴 생각에 들떠 있다.

1년 전 드론 날리기를 취미로 삼은 강씨는 최근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160만원짜리 고급형 모델을 새로 마련했다.

미국에 있어 자주 볼 수 없는 조카가 설을 맞아 한국에 온다기에 ‘거금’을 썼다. 더욱 또렷한 화질로 조카가 뛰어노는 모습을 촬영해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다.

과거 설이면 한 해 소망을 담아 연을 띄우던 모습이 드물어진 지금, 드론이 설 하늘을 장악할 기세다.

연날리기는 대표적인 겨울철 민속놀이며 특히 정월 초하루에 빠질 수 없는 풍습이었다.

연날리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등장한다.

진덕여왕 즉위 1년인 647년 반란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져 민심이 흉흉해지자 김유신이 불 붙인 허수아비를 연에 달아 띄워 별이 다시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내용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날리기는 원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점차 일반에 오락거리로 자리 잡았다.

새해를 맞는 설에 연을 날리는 것은 액운을 쫓고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의미가 있었다. 연에다 ‘액’(厄)이나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문구를 쓰고 자신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적어 날려보내곤 했다.

모양과 그려진 문양에 따라 종류는 100여 종에 이르지만 방패연과 가오리연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특히 방패연은 띄우기는 어렵지만 기동성이 좋아 ‘싸움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겨울철 놀이였던 연날리기는 1990년대 들어 전자오락 등 놀 것이 다양해지자 점점 주택가 하늘에서 사라져갔다.

최근 들어서는 연의 빈자리를 드론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어릴 적 연날리기를 좋아했다는 강씨는 “하늘을 나는 연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항상 궁금했는데 드론을 날려보니 진짜로 하늘에서 세상을 볼 수 있더라”며 “한 번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취미”라며 드론 예찬론을 폈다.

드론은 연과 달리 무선으로 미세하게 조종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보통 20만원대 이상 모델에는 카메라까지 달려 아마추어급 항공 촬영이 가능하다. 5만원 이하의 손바닥만 한 드론도 판매돼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편이다.

드론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 친밀하게 접근했다. KBS ‘1박2일’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드론은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 인기 프로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올해 설을 앞두고 드론 판매량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늘었다. 드론 대중화의 ‘원년’이라 할 만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전날인 2월17일까지 두 달간 전국 매장에서 약 600여만원 어치의 드론이 팔렸다. 올해에는 2월3일까지 두 달간 3천3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매출이 5.5배 신장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는 같은 기간 무려 8배나 판매 수량이 늘었다.

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겨울철 동네 연 싸움판의 일인자가 되려고 연줄에 민어 부레나 쌀밥으로 만든 풀을 바르며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유릿가루를 먹이던 기억이 있다.

강씨의 조카는 수십 년 뒤 어린 시절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잔디밭에서 뛰노는 자신을 맴돌던 드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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