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자의 삐뚤어진 불만 표출에 6일간 ‘테러 소동’

미취업자의 삐뚤어진 불만 표출에 6일간 ‘테러 소동’

입력 2016-02-04 10:53
업데이트 2016-02-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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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폭발물 의심물체, 별다른 단서 없어 한때 수사 난항

“인천공항 C입국장 옆 남자화장실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5분, 경찰에 접수된 신고전화 1통에 인천공항은 초비상 상태로 전환됐다.

공항경찰대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EOD)이 긴급 출동, 공항 이용객의 접근을 통제하며 화장실 내부를 정밀 수색했다.

신고 내용대로 폭발물 의심물체가 화장실 양변기 뒤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가로 25cm, 세로 30cm 크기의 과자상자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 생수병 1개가 부착돼 있었다.

폭발물처리반이 물 사출 분사기로 의심물체를 해체하고 상자 내부를 살펴보니 브로컬리·양배추·바나나껍질이 담겨 있었다.

상자 안에서는 아랍어 메모지도 발견됐다.

‘이것은 마지막 경고다. 너에게 관련된…. 알라가 처벌할 것이다’

컴퓨터로 출력한 A4용지 절반 크기에 적힌 이 문구 때문에 초기에는 수니파 급진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과의 관련된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테러단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코란 경전 내용이 없고 문장 구성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한 조잡한 수준이었다. 경찰은 테러조직과의 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경찰은 폭발 의심물체에 뇌관이나 폭약이 없어 자체 폭발 위험성도 없는 점을 확인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 검거작전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등 77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우선 의심물체에서 확보한 지문을 토대로 용의자 범위를 좁혀갔다.

화장실에서 채취한 수백점의 지문 중 유의미한 지문 19점을 집중 조사했다. 이중 17점을 신원조회해 3명을 직접 조사했다.

그러나 1명은 공항 관계자의 지문이고 나머지 2명도 당일 행적을 수사했지만 범행과는 상관없는 인물로 판명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의심물체를 구입하게 된 경로도 추적했다.

과자상자가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 제품인 점을 확인, 상자의 생산연도와 주요 판매처 파악에 나섰다.

별다른 단서가 잡히지 않자 메모지의 종이·잉크 제조사도 수사 대상에 올렸지만 역시 별 소득이 없었다.

의존할 만한 단서는 공항 폐쇄회로(CC)TV 정도만 남게 됐다.

경찰은 여객터미널 1층 C입국장 주변 CCTV 84대의 영상을 일단 확보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된 CCTV여서 화질이 좋지 않은데다 의심물체가 발견된 남자화장실을 근거리에서 비추는 CCTV도 없었다.

하루 16만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공항 특성상 영상 분석에는 상당한 끈기와 시간이 필요했다.

경찰은 우선 범행 당일인 29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장실 이용자가 760명이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가방이나 배낭을 든 이용자부터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신원파악 작업을 벌였다.

경찰 말대로 ‘눈이 빠질 정도로’ 화면을 분석하던 중 용의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화면에 포착됐다.

범행 당일인 29일 오후 3시 36분 A(36)씨가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2분 후 바로 서울로 되돌아간 장면이 잡혔다.

경찰은 그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신원을 파악한 끝에 결국 3일 오후 11시 28분 서울 구로구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음악 전공자는 A씨는 취업이 되지 않아 사회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국민을 불안에 빠뜨린 이번 소동은 사건 발생 6일 만에 늦깎이 미취업자의 삐뚤어진 불만 표출이 원인이었던 점이 밝혀지며 일단락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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