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에 곶감 직격탄…전국 생산량 40% 감소할듯

가을 장마에 곶감 직격탄…전국 생산량 40% 감소할듯

입력 2015-12-04 08:00
업데이트 2015-1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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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들어 이틀마다 내린 눈·비로 썩거나 홍시된 감 ‘산더미’ 극심한 피해에도 ‘농산물 가공품’으로 분류돼 보상 ‘막막’

충북 영동군 용산면에서 감 농사를 짓는 박모(48)씨는 요즘 텅 빈 곶감 건조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예년 같으면 쫀득거리는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하지만,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 하루가 멀다하고 썩거나 홍시가 되는 감을 걷어내다보니 어느새 빈 타래만 남았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감 농사를 짓고 있는 박씨는 용산면 일대에서 제법 이름 난 곶감 생산 농민이다.

해마다 2천접(1접=100개) 안팎의 감을 깎아 왔지만, 올해처럼 날씨 때문에 곶감 농사를 망치기는 처음이다.

박씨는 “농사지은 감 말고도 10만개의 감을 추가로 구입해 곶감으로 깎았지만, 지금은 남은 게 거의 없다”며 “감값과 인건비로 들어간 4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이틀에 한벌 꼴로 비나 눈이 내리는 ‘가을 장마’가 이어진 탓에 전국적으로 곶감 작황이 엉망이다.

충북의 경우 지난달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4도 높았고, 눈·비 온 날은 평년보다 2배 많은 16일이나 됐다.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 농가마다 선풍기와 난로 등을 동원했지만, 잔뜩 물기를 머금은 곶감이 썩거나 물러져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감 유통량의 7%(충북의 70%)가 생산되는 영동군의 경우 올해 2천50 농가에서 깎아 말린 감이 63만6천접에 달한다. 그러나 가을장마 때문에 이 중 60%인 38만3천접이 피해를 봤다.

영동군은 절반가량은 아예 상품성을 잃어 쓸모없게 된 탓에 피해 규모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밀폐식 건조시설이나 제습장치 등을 갖춘 곳은 그나마 덜하지만, 그렇지 못한 영세농가는 피해가 심각하다”며 “건질게 없어 아예 곶감 출하를 포기한 농가도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최대 곶감 산지인 경북 상주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주에서는 올해 3천800여 농가가 1만400t의 곶감을 생산할 계획인데, 현재까지 34%가 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곰팡이 피해가 1천736t, 낙과 피해가 1천803t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1천300t의 곶감이 생산된 경남 함양을 비롯해 충남 논산, 전남 장성지역도 50% 안팎의 곶감이 썩거나 물러져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피해조사가 진행 중인데, 충북과 전남 등 일부지역의 피해율이 45∼6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에서 올해 곶감 생산량이 40% 정도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피해 보상 등 뾰족한 지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껍질을 벗겨 말리는 곶감은 농업재해대책법상 ‘산림 작물’이 아닌 ‘농산물 가공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곶감은 아무리 큰 피해를 봤더라도 생계 안정, 경영 유지, 재해 예방 등을 위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 관계자는 “딱한 상황이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며 “내년 임산물 시설자금을 곶감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임산물 건조창고 건립과 온풍기·제습기 설치를 위해 해마다 40억원을 보조하고, 170억원을 융자 지원주고 있다.

2일에는 신원섭 산림청장이 직접 충북 보은과 영동지역의 곶감 농가를 둘러보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자리서 농민들은 “시설자금 지원과 더불어 곶감을 산림작물에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영동군곶감연합회 관계자는 “66㎡의 건조장을 짓는 표준 건축비로 1천700만원이 든다”며 “영세농가 입장에서 정부나 지방자치체체의 지원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치권도 곶감 농가 지원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은 “최근 농가에 대한 저리 융자를 산림청에 요청했다”며 “곶감이 재해대상 품목에 포함되도록 법률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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