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팔고 입금된 도박자금 가로챈 조폭

대포통장 팔고 입금된 도박자금 가로챈 조폭

이성원 기자
입력 2015-10-26 22:44
수정 2015-10-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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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13곳서 만든 법인 통장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판 뒤 계좌 정지시키고 4억여원 빼내

유령 회사를 설립해 대포통장을 도박사이트 업자들에게 팔고서 통장에 들어온 범죄 수익금 수억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일당이 횡령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 자금과 같은 범죄 수익금도 제3자가 임의로 빼돌릴 경우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북 지역 ‘H파’ 조직폭력배 행동대장급 김모(36)씨 등은 교도소 동기 등과 함께 지난해 2월부터 올 8월까지 소프트웨어 유통업체 등을 가장한 유령 법인 13개를 설립해 법인 명의 통장 54개를 만들었다.

김씨 등은 통장 한 개에 100만~140만원을 받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넘겨 총 6800만원을 챙겼다. 경기 용인, 충북 영동, 대구 등지에 있는 폭력조직 5곳도 통장 알선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계좌에 도박 자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면 일부러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 계좌 거래를 정지시켰다. 그러고는 대포통장을 재발급받아 24차례에 걸쳐 4억 6000만원을 찾았다. 돈을 먼저 계좌에 묶어 놓은 뒤 안전하게 빼 간 것이다. 김씨는 돈을 가로채도 즉시 신고하지 못하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들만 선별해 통장을 유통했다.

김씨는 또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이체 한도액이 큰 법인 명의 통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최근엔 법인 설립이 쉽도록 상법까지 개정돼 범죄를 저지르기 용이했다. 과거에는 법인을 설립하려면 발기인 2명 이상과 최소 자본금 5000만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최소 자본금 규정이 사라졌고 발기인도 1명이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김씨는 도박사이트 업자로부터 착복한 돈의 상당액을 H파 간부들에게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H파의 실질적 두목인 문모(37)씨는 김씨로부터 1억 5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폭력조직이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 수익금을 가로채 갈등이 생겼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통장 판매, 유통 등에 가담한 이모(36)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10-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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