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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불 밝힌 ‘국토 최남단’ 마라도 등대

100년간 불 밝힌 ‘국토 최남단’ 마라도 등대

입력 2015-01-22 13:56
업데이트 2015-01-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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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3월 군사 목적으로 세워…남부 해상 ‘희망봉’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전국 곳곳의 등대에 서서히 불이 들어온다. 주변을 항해하는 각종 선박의 안전을 위해 밤새 부지런히 바다 곳곳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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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쪽 바다 지키는 최남단 ’마라도 등대’
한반도 남쪽 바다 지키는 최남단 ’마라도 등대’ 오는 3월로 불을 밝힌 지 꼭 100년이 되는 국토 최남단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등대. 지난 17일 낮 촬영. 마라도 등대는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 해상을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국토 최남단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등대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남쪽 끝 모슬포에서 배를 타고 거친 물결을 가르며 남쪽으로 30∼40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섬 마라도. 이 섬에서 가장 높은 동쪽 해안 언덕(해발 36m)에 우뚝 선 하얀 등대가 바다를 훤히 비춘 지 올해로 꼭 100년을 맞는다.

마라도 등대가 처음 불을 밝힌 건 1915년 3월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대다수 등대가 그렇듯 마라도 등대 역시 일본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었다.

마라도 등대는 흔히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 해상을 지나는 배들의 ‘희망봉’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며 처음 마주하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는 해도에 제주도는 표기되지 않더라도 마라도 등대는 표기될 정도로 ‘마도로스’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금의 등대에는 100년 전 모습이 많이 남아있진 않다.

건립 당시에는 높이 약 6m의 흰색 원형 벽돌 건물이었으나 오랜 세월 태풍 등과 맞서며 많이 낡아 1987년 3월 높이 16m의 흰색 팔각형 콘크리트 건물로 다시 지어졌기 때문이다.

한 세기의 세월을 견디고 남아있는 부분이라고는 지금도 사용하는 저수조와 등대 주변 돌담 정도다.

예전에는 등대관리원이 일출·몰 시간에 맞춰 등대를 켜고 꺼야 했다. 요즘은 기계에 입력된 일출·몰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등대에 불이 들어오고 켜진다.

등대에서 뻗어나가는 불빛은 4줄기다.

전구의 불빛을 멀리 보내는 프리즘은 주기적으로 회전하며 주변을 두루 비춘다. 불빛 가닥이 한 번 닿은 곳에 다음 불빛이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다. 이 10초의 간격은 불을 처음 밝힌 1915년부터 100년간 유지되고 있다.

등대 불빛은 26마일(약 42㎞)까지 비춘다고 한다.

해무가 짙게 끼는 날에는 음파표지인 무신호기가 사용된다.

마라도의 무신호기는 공기를 압축해 소리를 내는 에어사이렌이다. 소리는 5초 울리고 25초 쉰다.

이 소리는 5마일(약 8㎞)까지 들린다. 마라도에서 모슬포까지 정도의 거리다.

무신호기가 작동할 때면 주민들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등대 불빛마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면 이렇게 음파표지를 이용해야 배들이 마라도를 피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

등대는 태양열 발전기, 풍력 발전기 등으로 만든 전기로 작동한다.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 사무실 한쪽에는 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저장해두는 축전지 400여개가 가득 들어차 있다.

지난 2004년 말에는 등대 앞에 대리석 세계지도와 세계 각국의 주요 등대 모형 등이 전시된 해양친수문화공간도 마련돼 한해 마라도 등대를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마라도 등대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30여만명이다.

고성봉(49)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장은 “마라도는 우리나라 해양 영토의 기점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선박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우리나라 표지가 바로 마라도 등대”라며 “등대가 최남단 영토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GPS 등 장비가 날로 발전하고 있어 등대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말에 고 소장은 “장비는 언제든 고장날 수 있다. 등대는 안전을 위한 시설인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불을 밝히며 바다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등대의 의미를 역설했다.

등대는 마라도 주민들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가로등이 없어 해가 진 뒤에는 어두컴컴해지는 섬 곳곳을 밝혀주는 유일한 불빛이기 때문이다.

마라도 주민 김은자(61·여)씨는 “해가 지면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한데 등대가 밤새 마을 곳곳을 비춰주기 때문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등대는 마라도의 상징이다. 등대를 빼놓고는 마라도를 특별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 처음 생긴 등대는 우도(1906년 3월) 등대로, 지난 2006년 100주년을 맞았다. 이후 마라도, 산지(1916년), 추자도(1980년) 순으로 등대가 불을 밝혔다.

면적 0.229㎞의 길쭉한 고구마 모양의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남동쪽으로 11㎞정도 떨어진 국토 최남단 섬이다.

마라도에는 지난해 말 현재 68가구 142명(남 81·여 61)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서귀포경찰서 대정파출소 마라초소, 서귀포시보건소 마라보건진료소,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등의 공공기관이 있다.

마라도 남단에는 이곳이 국토 최남단임을 알리는 최남단비가 설치돼 있다. 마라도에 가려면 모슬포나 송악산 해안에서 여객선을 타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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