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아오지 않는 9인…팽목항의 노란 리본은 오늘도 기다립니다

[단독] 돌아오지 않는 9인…팽목항의 노란 리본은 오늘도 기다립니다

입력 2014-12-31 23:14
수정 2015-01-0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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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260일… 다시 찾은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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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 팽목항 해넘이 행사
세월호 가족 팽목항 해넘이 행사 세월호 참사 260일째인 3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해넘이’ 행사에서 세월호 유족과 진도 주민들이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고 있다.
진도 연합뉴스
‘그날’ 이후 한(恨)으로 맺어진 가족들이 세밑 팽목항에서 다시 만났다. 얼굴은 말이 아니었고, 손은 앙상했다. 하지만 두 눈에 서린 노기는 더욱 짙어졌다. 지난 260일 동안 심장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기 때문이다. 생애 가장 끔찍했던 2014년 마지막 날에도 여전히 ‘진상 규명’과 ‘인양’이 그들의 화두였다.

3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강풍까지 몰아쳤다. 두 줄로 늘어선 조립식 주택 8동에 내건 노란 리본들이 쉴 새 없이 나부꼈다. 가족들은 지난 11월 20일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한 뒤 이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3호동에 누워 있던 단원고 학생 고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4)씨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설치한 ‘천막 성당’으로 향했다. 수녀님과 포옹을 나눈 박씨는 “천주교가 끝까지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종자 9명 중 1명인 이영숙(51)씨의 동생 영호(45)씨는 꼭 한 달 만에 팽목항을 다시 찾았다. 줄곧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지켰던 이씨는 12월 초 서울로 올라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2014년에는 ‘삶’ 자체가 없었다는 이씨에게 새해 소원은 하나뿐이다. “배 한 척을 구해서 누나가 잠들어 있을 사고 현장에라도 수시로 갔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전날 밤부터 경기 안산 등에서 유가족 30여명이 진도로 내려왔다. 다시 만난 가족들은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얼싸안기 무섭게 건강과 안부를 물었다.

대화가 길어진다 싶으면 다들 ‘인양’ 얘기를 꺼냈다. 고 최정수군의 삼촌 태현(44)씨는 “5월부터 인양 얘기가 나왔는데 아직 ‘검토 중’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전 11시쯤에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낙연 전남지사가 방문했다. 가족들은 이 전 장관에게 “가족들이 기다리다 지쳐 인양을 포기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쏘아붙였다. 대부분은 ‘정치인 꼴도 보기 싫다’며 임시 거처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고 김다영양 아버지 현동(54)씨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그는 “내년에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할 텐데 진상 규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국민들이 감시하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새해에 대한민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재난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인데 과연 청와대와 여의도에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건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팽목항 방파제 위에서는 진도민주시민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해넘이’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진도·목포 등 인근 지역 주민 70여명이 참가했다. 해넘이 예정 시각은 5시 35분이었으나 눈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 해넘이는 결국 볼 수 없었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014년은 너무나도 무섭고 힘든 한 해였는데 이런 2014년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매서운 바람이 우리를 일깨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가족과 참가자들은 살을 에는 추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진도에서 더욱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보냈다.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도 304명의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오후 3시 4분부터 1일 오전 1시까지, 안산 합동분향소에서도 오후 7시부터 ‘송년 문화제’가 열려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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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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