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코앞인데… 애도 속 거리응원 딜레마

월드컵 코앞인데… 애도 속 거리응원 딜레마

입력 2014-06-09 00:00
수정 2014-06-0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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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열기에 세월호 잊힐까 우려… “마음 추스릴 기회”로 반론도… 붉은악마 “침묵 거리응원 검토”

세월호 참사 이후 온 나라가 50여일째 ‘국상’(國喪) 분위기에 젖은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한국-러시아전(6월 18일 오전 7시) 거리응원 여부와 장소 등을 놓고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거리응원이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의견과 “힘을 합친 응원으로 국민이 지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세월호 실종자 10여명이 남은 데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축제판은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희생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비단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는 월드컵으로 잊혀선 안 될 문제”라며 “한 달이나 지속되는 월드컵 기간에 국민의 분노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잊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도 월드컵 열기에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묻힐까 걱정된다는 우려를 거듭 밝힌 바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불거진 자본과 결탁한 대규모 길거리응원에 대한 피로감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KT가 후원을 맡게 된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정윤수씨는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거리응원은 순수성을 잃고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기업, 방송사, 연예인 등이 정교하게 기획된 상업 이벤트로 변질됐다”면서 “재벌이 주도하는 거리응원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 역시 “붉은 악마도 이전보다는 조금 조용하게 하려고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재벌이 후원하고 붉은 악마 같은 상업적인 조직이 주도하는 거대한 마케팅 공간에 시민이 휩쓸릴 필요가 없다”며 “현재 붉은 악마의 응원 방식은 국가주의의 또 다른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붉은 악마 측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거리응원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거리응원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형오 붉은 악마 미디어팀장은 “피땀 흘려 가며 월드컵을 준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면서 “다만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고자 응원 중 잠시 침묵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측은 서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기 때문에 광화문광장, 서울월드컵경기장, 올림픽공원 등 대체 장소를 물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서울 영동대로를 거리응원 장소로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으며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상업화 논란에 대한 부담을 지닌 붉은 악마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거리응원을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팀장은 “대규모 거리응원 때 안전 조치를 하려면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원을 받는 것”이라며 “후원 기업들도 (홍보 등에) 어느 정도 이득을 얻어야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있는데 그 옆에서 거리응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정해진 건 없으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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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6-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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