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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서명 도용에 ‘선고유예’…법원 판단 근거는

총리 서명 도용에 ‘선고유예’…법원 판단 근거는

입력 2014-01-24 00:00
업데이트 2014-01-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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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파일도 공문서, 유치위 사무총장·직원 공모” 범행은 인정, 전후 사정 판단해 선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국무총리 등의 서명을 도용한 ‘공문서 위조 사건’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PDF 파일에 포함된 정부보증서가 공문서에 해당하는지, 김윤석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이 실무자인 6급 공무원 한모씨와 공문서 위조를 공모했는지였다.

재판부는 김 사무총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유죄 인정했지만 양형 판단에서는 관대했다.

◇ 위조 보증서 출력으로 공문서 위조죄 인정

피고인들은 문제의 보증서가 이미지 파일의 일종에 불과해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만 나타날 뿐 ‘계속적 기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확정되지 않은 초안이어서 ‘증명적 기능’도 없으니 공문서 위조의 대상인 공문서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도 “스캔 과정에서 조작해 위조된 내용이 포함된 이미지 파일을 만든 것만으로는 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위조된 파일을 전송한 행위는 문서 위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출력이 문제였다. 출력된 문서는 계속성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한씨가 보낸 파일은 국제수영연맹(FINA)의 마케팅 담당자 등 8명이 출력해 인쇄된 문서로 보관했고 인쇄업체는 한씨의 지시 등에 따라 FINA 실사단에게 배포하려고 보증서가 포함된 유치신청서 100부를 인쇄하기도 했다.

◇ “정황으로 미뤄 김 사무총장도 공모”

김 사무총장은 보증서가 위조된 사실을 몰랐고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간접사실과 정황을 토대로 김 사무총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은 유치신청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FINA가 대회 유산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해 ‘수영진흥센터 건립 및 정부지원 1억 달러’라는 내용을 초안에 기재하도록 한씨에게 지시했다.

김 사무총장이 보증서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을 것으로 보이고 김 사무총장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던 한씨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혼자 위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사무총장이 한씨의 제안에 승낙 또는 최소한 묵인이나 용인을 했을 것으로 봤다.

◇ 엄벌 필요하다면서 선고유예…이유는?

재판부는 행정 각부를 통합관할하는 국무총리와 주무부처의 장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명을 도용한 것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있는 공직자 신분과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행사 유치신청 과정에서 재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선고유예로 나왔다. 김 사무총장 등이 반성하고 유치신청서에 사용될 정부보증서 형식에 일부 혼란이 있었던 점 등이 참작됐다.

당시 광주에 필적할 만한 경쟁후보지가 없었고 개인의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니었던 점, 위조보증서가 원본으로 교체돼 FINA도 이를 아는 상태에서 광주를 후보지로 선정한 것도 선처의 배경이었다.

FINA 사무총장, UN 사무총장 스포츠 특별보좌관의 선처를 호소하는 서한도 한몫했다.

재판부는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와 세계수영대회 유치 과정의 공헌에 이어 앞으로 두 대회 개최 과정에서도 기여하도록 김 사무총장 등에게 기회를 줬다.

공문서 위조죄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형을 징역 6월로 정했지만 선고를 유예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들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선고유예는 2년 안에 해당 피고인이 자격정지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무죄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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