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정당 현수막 눈치보는 자치구 단속

염치없는 정당 현수막 눈치보는 자치구 단속

입력 2013-09-04 00:00
수정 2013-09-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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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까지 가리며 걸려있어 현행법상 규제 대상이지만 서울 자치구선 예외규정 적용

3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창경궁로 교차로. 새누리당 종로구 당원협의회와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가 각각 내건 현수막이 주변 상가의 간판뿐 아니라 보행자 신호등까지 가리고 있었다. ‘주민 숙원사업인 원남동~종로4가 일방통행 구간을 양방으로 통행하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으로, 두 정당이 서로 자신이 해결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홍보 현수막이 3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창경궁로 교차로의 보행 신호등을 가리는 등 무질서하게 걸려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홍보 현수막이 3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창경궁로 교차로의 보행 신호등을 가리는 등 무질서하게 걸려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정당 현수막들이 도심 거리 곳곳에 무질서하게 걸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당 현수막에 예외 기준을 적용해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3일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는 이유가 미관을 훼손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미관을 해치지 않고, 민간이 설치한 것은 미관을 상하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현행 현수막 설치 관련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마련한 지정 게시대에 설치한 것을 제외한 모든 현수막은 불법으로 구청 등 관할 지자체가 단속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대부분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8조 4호(적용 배제)의 ‘적법한 정치 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를 적용해 정당 현수막을 단속하지 않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은 예외 규정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정당법 37조 2항에서 보장한 ‘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동’으로 보고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일반적인 정당 홍보용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 밖에 설치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김연중 지역활성화과 서기관은 “정당법 37조 2항은 선언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으로, 실제 적용은 개별법인 옥외광고물관리법 8조 4호에 따라야 한다”면서 “여기서 규정한 적법한 정치 활동을 위한 현수막은 합법적인 행사나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안행부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아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당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홍보하는 현수막들은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도 이를 알고 있지만 정당의 항의 탓에 철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걸린 정당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철거하면 해당 정당이 ‘정당의 재산을 훼손했다’고 항의해 곤욕을 치르곤 했다”면서 “게시 기간이 길어져 훼손된 현수막과 교통, 보행을 방해해 민원이 들어올 때는 정당 현수막도 철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지자체장이 각 정당에 소속된 만큼 관련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는 것도 단속을 느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반면 부산진구와 대전 유성구, 경남 진주시 등은 지난달부터 무질서한 정당 현수막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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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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