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새달 신촌 연세로 ‘보행자 중심 거리’ 조성 놓고 지자체 vs 노점상 충돌

[생각나눔] 새달 신촌 연세로 ‘보행자 중심 거리’ 조성 놓고 지자체 vs 노점상 충돌

입력 2013-05-24 00:00
수정 2013-05-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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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인도 넓히는 사업인데” vs “생존권 문제 상의없이 쫓나”

‘행정권이 우선인가,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나.’ 다음 달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와 노점상 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구청과 시청은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연세로에 있는 노점상들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온 노점상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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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서울 신촌로터리~연세대 정문 일대의 전경. 서울시 제공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서울 신촌로터리~연세대 정문 일대의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연세로 인도를 기존 3.5m에서 8m로 넓히는 대신 차도를 좁혀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 전용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정문에서 신촌로터리까지의 직진 거리 550m가 사업 대상 지역이다. 이 사업엔 시 예산 72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공사에 착수키로 한 시점이 다가왔지만 노점상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관할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23일 “인도를 넓히기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기분전함을 옮기기로 했다”면서 “보행자 통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는 사업인데 그 자리에 노점상들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은 안 될 얘기”라고 주장했다. 구청은 노점상들에게 통행이 비교적 적은 연세대 앞 굴다리나 신촌놀이터 주변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지만 노점상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이 지정한 곳은 사람이 별로 없을 뿐더러 기존 상권과 또 다른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연세로지부장은 “우리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십수년간 그 자리를 지켰던 노점상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전 계획을 결정했다”면서 “강제로 옮기려 한다면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세로에는 모두 49개의 노점상이 있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신촌에 사는 김근주(28)씨는 “연세로는 특히 통행 밀도가 높아 붐비는 곳인데 노점상들이 자리 잡고 있어 매우 불편했다”면서 “영세 상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공공재인 도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직장인 강지희(26·여)씨는 “노점상이 불법이긴 해도 오랫동안 일종의 거리 문화로 자리 잡아 왔는데 무작정 나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구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08년 신촌 이화여대 앞 거리도 보행자 도로를 대폭 넓혔지만 그 자리에 더 많은 노점상이 들어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이번에는 시범 지역인 만큼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점상과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노점상들도 주변 환경에 맞는 가판대 개선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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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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