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탑골공원 ‘3·1독립선언서’ 영문번역 엉망

서울 탑골공원 ‘3·1독립선언서’ 영문번역 엉망

입력 2013-03-01 00:00
수정 2013-03-01 04: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문가들 “문장 왜곡에 어색한 표현, 오자 투성이”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발표한 독립선언서의 첫 문단이다.

시인이자 당대 최고 문장가이던 육당(六堂) 최남선이 쓴 이 선언서는 지금도 명문장으로 통한다. 독립운동가이자 한글학자인 이희승 박사가 쓴 현대어 풀이본도 마찬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3·1운동이 일어났던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 설치된 독립선언서 영문 번역본은 어색한 표현과 오자, 원문의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거나 왜곡한 문장 투성이어서 당대의 명문장인 원문의 격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연합뉴스가 탑골공원에 있는 독립선언서 영문본을 살펴보고 영문학자들에게 자문한 결과, 이 같은 오류나 적절하지 않은 번역이 한눈에도 적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일례로 선언서 두번째 문단 ‘5천 년 역사의 권위를 의지하여 이를 선언함이며’는 ‘We make this proclamation having back of us 5000 years of history’라고 번역돼 있다.

하지만 ‘have back of us’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이는 ‘on the foundation of 5000 years of history’ 정도로 충분히 풀어쓸 수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넷째 문단의 ‘슬프다! 오래전부터의 억울을 떨쳐 펴려면’은 ‘Assuredly, if the defects of past are to be rectified’로 번역됐다.

’슬프다’는 의미가 다른 ‘Assuredly’(기필코)보다 ‘Alas’ ‘Woe to us’ 등 원문의 감정을 살리는 표현으로 대체될 수 있다. 또 뒷부분은 ‘과거의 결함을 바로잡으려면’으로 해석돼 외세 침략에 따른 민족의 비통함을 드러낸 원문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선언문 아래 붙은 ‘공약 3장’ 중 첫 문장은 원문의 표현을 아예 빼버렸다.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 부분을 번역문은 ‘This work of ours is in behalf of truth, religion, and life, undertaken at the request of our people’로 옮겼다.

’정의’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는 ‘justice’인데 ‘진실’ 또는 ‘진리’에 가까운 ‘truth’를 썼다. 원문에는 ‘종교’(religion)라는 말이 없고, ‘morality’ 정도로 번역 가능한 ‘인도(人道)’는 번역 과정에서 아예 빼버렸다. ‘생존’은 ‘life’ 대신 ‘survival’이 더 적절하다.

이어지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는 ‘누구에게도 폭력이 가해지게 하지 마라’(let no violence be done to any one)로 단순하게 의역, 원문의 격조를 살리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른 문장에서는 ‘혹심한 추위가 사람의 숨을 막아 꼼짝 못 하게 한 것’을 번역하면서 ‘사람’이라는 주어 대신 ‘insect’(곤충)를 쓰기도 했다. 심지어 ‘sincere’를 ‘sincero’라고 쓴 오자까지 나왔다.

국내 한 대학 강사로 재직 중인 호주인 M(38)씨는 선언문 영역본을 살펴보고는 “너무 문제가 많아 계속 읽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며 “수많은 오류를 다 고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문과 출신으로 영어를 강의하는 한 학원 원장 김모(32·여)씨는 “멋대로 표현을 빼버리고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되는 등 엉망진창”이라며 “외국인이 이런 문장을 보고 과연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관할 자치단체는 선언문 번역자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1980년에 선언문 비문을 세웠는데, 당시 설치를 서울시가 담당해 번역자가 누구인지 여기서는 알 수 없다”며 “자치구에서는 비문을 관리만 하지 그 역사나 내용상 오류 등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담당 부서 관계자도 “번역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춘선 서울시의원, 우리 동네 ‘누구나 걷기 편한 명품 공원길’ 완성

‘강동엄마’ 박춘선 서울시의원(강동3, 국민의힘)이 지난 9일 문현섭 구의원(강동구, 국민의힘), 강동구 푸른도시과와 함께 강동구 상일동 일대에 위치한 명일근린공원을 찾아 무장애 데크길 조성사업의 완료 현장을 점검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완공을 축하했다. 본 사업은 서울시 2024년 본예산 8억원이 편성되어 추진된 것으로, 공원 내 493m(폭 1.5m~1.8m) 구간에 데크길을 설치하고, 흙먼지털이기 1개소 교체, 수목식재 및 경관조명 설치 등이 포함된 정비사업이다. 2024년 10월 공사 발주 및 계약을 거쳐 11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올해 6월 27일 공사가 최종 마무리됐다. 특히 데크길 설치를 통해 수목이 자라는 녹지공간을 보호하고 이동약자·휠체어·유모차·어르신 등 공원을 찾는 모든 사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박 의원은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명일근린공원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라며 “누구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공원길이 완성된 것은 주민들의 건강증진 및 여가복지의 질을 높이는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박 의원이 서울시 예산 확보
thumbnail - 박춘선 서울시의원, 우리 동네 ‘누구나 걷기 편한 명품 공원길’ 완성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