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면세한도 400弗’의 딜레마

25년째 ‘면세한도 400弗’의 딜레마

입력 2012-10-03 00:00
업데이트 201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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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다” 여행객 불만 “필요성 있지만” 정부는 고민

이번 추석·개천절 황금연휴에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사람이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0년 이상 400달러(약 44만원)에 묶여 있는 여행자 면세품 반입 한도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연휴기간 동안 세관이 고가품 쇼핑객이 많이 이용하는 유럽노선 등에 대해 면세품 반입한도 초과 여부를 전수 조사하면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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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는 1988년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1달러에 750원선이던 당시 환율로 따지면 400달러쯤 되는 액수였다. 정부는 1996년 면세 한도액의 단위를 원화에서 달러화로 바꾸면서 금액을 기존과 비슷한 400달러로 책정했다. 이같은 규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88년부터 계산하면 25년째 400달러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여행객들은 불만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88년 4548달러에서 지난해 2만 2489달러로 5배가 됐고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8.8에서 104로 3.7배가 됐는데 금액을 24년 전 수준으로 묶어 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내심 고민이다. 현실적으로는 한도를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만 국내시장에 대한 악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품 구매 한도를 초과해 물건을 사오다 적발되는 사람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 1~8월 면세액 이상 물품을 신고 없이 들여오다 적발돼 30%의 가산세를 부과받은 건수는 6만 9431건(8억 9500만원)이었다.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4만 7314건·5억 7900만원)를 46.7%나 넘겼다. 2010년(1만 8924건)의 3.6배에 이른다.

최근 태국 푸껫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한모(31·여)씨는 “양가 어른과 회사 동료들에게 줄 선물을 몇 개 사고 나니 400달러를 훌쩍 넘었다.”면서 “블랙리스트(면세 한도 상습 위반자 명단)에 오른 사람이 아니면 세관이 잘 검사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입국 때 영 찜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온 임모(38)씨도 “해외여행이 흔해졌는데 현실성 없는 면세 한도가 여행객들을 탈법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여행객 면세 한도를 지금보다 2~3배 높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기업투자 촉진 등을 위한 규제개혁 과제를 정부부처 등에 건의하면서 면세한도를 1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연구원도 지난해 관세청의 용역을 맡아 면세한도 조정 연구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경기 사정이 나아지면 600~1000달러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라별 면세 한도는 일본이 약 2500달러 수준이고 호주 930달러, 중국 800달러, 독일·프랑스·이탈리아 560달러, 스위스 320달러, 멕시코 300달러 선이다. 홍콩·필리핀 등은 한도 제한이 없다.

정부도 지난해 면세 한도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해 구체적인 검토를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유보 결정을 내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 한도를 높이면 해외여행을 못 가는 서민들이 정서적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해외 쇼핑이 늘어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도 “선진국 기준에 비해 우리나라의 면세 한도가 대단히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10-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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