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엇갈린 판단…심야 패륜범죄 진실은

1.2심 엇갈린 판단…심야 패륜범죄 진실은

입력 2011-11-20 00:00
업데이트 2011-11-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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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던 A(46)씨가 허혈(虛血, 장기에 피가 부족한 현상)성 심장질환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나흘 뒤 참고인 신분으로 아들 김모(21)씨를 불러 조사하던 경찰은 그가 지체ㆍ시각 장애를 지닌 아버지를 다치게 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긴급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새벽 1시 공과금 납부 문제로 다투다 김씨가 A씨를 밀었고 A씨는 주방 싱크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김씨는 그대로 잠을 자다 오전 7시 피를 흘린 채 안방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출근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받은 첫 조사에서 아버지를 다치게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이를 자백했다.

이어진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 진술을 번복해 범행을 부인했다가 구속된 뒤 3차 조사에서는 다시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는 결국 존속상해 및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법정에선 경찰 조사의 문제를 지적하며 다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처음 자백할 때는 경관의 계속된 추궁에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심란한 상태였고, 두 번째는 법원에서 사실을 얘기했는데도 영장이 발부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를 조사한 경관까지 법정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섰지만, 1심 재판부는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백했다고 보기 어렵고, 술을 마신 A씨가 스스로 넘어져 상처입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망을 예측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다친 아버지를 방치한 혐의(존속유기)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재판부는 우선 김씨가 경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며 범행을 시인하고, 범행 과정에 대해 경관은 알 수 없는 구체적 내용까지 자발적으로 진술한 사실에 주목해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또 김씨가 아버지의 평소 건강상태를 알았고, 피해자가 이례적으로 많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사망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본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반인륜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지만, A씨의 폭력이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이고 가족들이 선처를 구하는 점을 고려한다”며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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