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졸업생 첫 배출 ‘미혼모 대안학교’

졸업생 첫 배출 ‘미혼모 대안학교’

입력 2011-04-05 00:00
업데이트 2011-04-05 08: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권위 권고후 설립…”미혼모 이유로 학습권 박탈 안돼”

”여러 번 포기하려 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정말 다 포기해버리려고요. 너무 힘든 시간이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건 고운뜰 선생님이었습니다.”

지난달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고 사회에 나와 기업 인턴사원으로 일하게 된 이모(19)양은 학교를 졸업하는 소회가 남달랐다.

이양은 고3이던 지난해 남자친구를 사귀다 임신했고 졸업을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학교를 떠나야 했다. 출산을 한달 앞두고 ‘홀트고운학교’에 등록해 11월 아기를 낳았지만 사산했고 지난 2월 어렵사리 졸업했다.

이양은 졸업하면서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의 마음을 모르던 제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철없는 제게 사람 간의 신뢰와 배려가 어떤 건지 알아가게 해 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졸업식까지 생각 못 하고 있었는데 각 학교에서 아이들 졸업장을 보내오니 마음이 짠했다”며 “공부하다가 애 낳고, 애 낳은 상태에서 몸 부어서 누워 있다가 다시 공부하고 그렇게 고생해서 받은 졸업장”이라고 전했다.

이양이 졸업한 홀트고운학교는 홀트아동복지회가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미혼모 대안학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를 내놓은 뒤 설립됐다.

미혼모 모자시설인 ‘홀트 고운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개교 5개월 만인 지난 2월 첫 졸업생 2명을 배출했다.

이곳은 일반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이 잠시 머물며 공부하다가 출산 이후 다시 학교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 5명이 수업하는데 주로 학생들과 둘러앉아 대화하는 방식이다.

오는 7월이 출산 예정일인 장모(18)양도 지난 2월말 홀트고운학교에 입학해 동료 2명과 함께 수업하고 있다.

장양은 “고3이니까 1년밖에 안 남아서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왔다”며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따금 원래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졸업할 때까지 여기서 수업 받으면서 아기를 낳고 직접 키우려 한다”며 “더 많은 친구들이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이곳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양처럼 미혼모 대안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고운뜰에 입소한 144명 중 청소년은 38%나 됐고 그중 50%는 학업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지만 개교 첫해 단 4명만이 대안학교에 등록했다.

임신부들은 출석 일수가 모자라거나 이미 학교에서 자퇴하고 퇴학당한 경우가 많은데 학적이 이미 정리돼서 대안학교에 들어올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학교 설명이다.

명은주(46.여) 교장은 5일 “대안학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학교라기보다 원래 학교가 위탁해서 수업만 해 주는 곳”이라며 “학교를 한번 떠나면 다시 학교에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학교들은 아이의 인생보다 자신들 입장을 더 중요시한다. 대개 보수적이기 때문에 대안학교에 입소를 권하기보다 그냥 자퇴를 권고하거나 퇴학을 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0대들의 성문화가 개방적인 데 비해 구제해 주는 부분은 약하고 퇴학ㆍ휴학을 권하거나 아이들 책임만 묻는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함께 가르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