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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국가대표’ 김동현, 와우이식술로 새 기록 ‘씽씽’

‘청각장애 국가대표’ 김동현, 와우이식술로 새 기록 ‘씽씽’

입력 2010-09-10 00:00
업데이트 2010-09-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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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정도 ‘불편’은 큰 해가 되지 않았다. 바람을 가르고 얼음을 지치며 매일 새로운 기록에 도전했다. 그 결과 봅슬레이 입문 한달만에 지난 2008년 아메리카컵 2차 대회 4인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의 메달 획득엔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이식술’이 한 몫 했다.

 ●선천성 청각장애 3급…독순술 깨우쳐

 인공와우 이식술.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이 이식술은 청각 장애인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술이다. 인공와우 이식술이란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을 가진 성인 또는 유·소아의 청각을 복원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의료술이다. 최근 이 인공와우 이식술이 잘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양이(양쪽귀) 인공와우’ 시술비의 80%를 지원하는 보험정책을 실시한 뒤 관심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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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 이식으로 새 삶을 찾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
인공와우 이식으로 새 삶을 찾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동현 선수


 그 중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 선수가 인공와우 이식술로 ‘새 삶’을 찾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인공와우 의료기기 대표기업인 코클리어 코리아에 따르면 김 선수는 새로 출시된 인공와우 수술로 양쪽 귀를 치료한 첫 사례자다.

 김 선수는 선천성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태어났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 대화도 원활하지 않았다. 실제 마주보고 얘기를 할 때 그는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화통화가 문제였다. 그는 인공와우 이식술 이전 생활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이 대다수였다.”며 “친구들이 많이 서운해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밝고 쾌활한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그는 21년을 불편한 세상에서 살았다. 그리고 2007년 8월 왼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았다. 양쪽을 다하면 더 좋지만 고3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이식 뒤 모든 게 새로워”

 한달 정도 지나서 귀 외부에 음향처리기를 장착하자 별천지를 만난 것 같은 경이로움과 흥분을 맛봤다. 바람부는 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새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등 모든 소리는 21년 인생을 뒤엎을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을 소리였다.

 “내부에 이식한 인공 달팽이관과 외부 음향기기가 연결되는 순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도 다 있구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감격스러웠어요.”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고 나면 대부분 3년 정도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재활과정은 크게 언어치료와 이식한 기계에 대한 적응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인공와우를 이식하고 나면 처음 몇 달은 평생 동안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를 듣고 이해하느라 분주하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또는 전화통화를 할 때, 소음이 심한 공간 등 각각의 상황과 장소에 따라 성향을 조절하고 맞추는 것 등이 재활과정에 포함된다.

 김 선수는 학교 근처 재활센터에 1주일에 3~4번씩 가며 ‘소리를 정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21년간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학교 근처에 재활센터가 있어 1주일에 3~4번씩 시간이 날 때면 달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발음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때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강의가 비는 시간에 친구들이 곁에서 어눌하거나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해 주기도 했다. 또 전화로 ‘수다 떠는 일’도 김 선수의 재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선수는 “언어 치료를 시작한 뒤 소리를 분별할 수 있게 됐다.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친구들의 목소리를 확인해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늘 문자로만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통화를 하니 더 친밀해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발탁 1달만에 세계대회 입상

 원래 그는 대학 2학년때까지만 해도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다 우연히 봅슬레이 모집 공고를 본 뒤 지원을 했고, 덜컥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당시 그의 청각장애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각이 워낙 발달해 코스를 읽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장애로 인한 단점이 보완됐다. 결국 그는 MBC TV 무한도전 팀과 함께 봅슬레이에 입문, 한 달 만에 봅슬레이 경기에 선수로 참가한 뒤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영예도 얻었다.

 그의 또다른 꿈은 ‘영어 완전 정복’이다. 세계 특수 체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영어 단어를 알고 있지만,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김 선수에게 또하나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영어 정복해 IPC 위원 될 것”

 하지만 그는 코클리어 코리아가 가을에 출시하게 될 ‘인공와우 뉴클리어스 5’에 새로운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제품에 최초 사용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코클리어 코리아는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청각 임플란트시장 세계 1위 기업으로 2008년 4월 현지법인을 개설하고 국내 난청인을 위한 인공와우 및 골전도 임플란트 제품을 제공해왔다.

 김 선수는 “양쪽 귀에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두 번째 인공와우를 작동하면 청력이 즉시 향상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라며 더 완벽한 청력으로 영어 습득에 전력을 다한다는 다짐이다.

 코클리어 코리아측은 “뉴클리어스 5는 지난 25년간 노하우가 쌓인 기술의 집약체”라며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어음 인지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김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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