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50m안의 살인사건…아무도 몰랐다

반경 50m안의 살인사건…아무도 몰랐다

입력 2010-03-15 00:00
업데이트 2010-03-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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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50m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아무도 몰랐다’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한 재개발지역의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던 여중생 이 모(13) 양이 실종된지 11일만에 이웃집 물탱크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지만 주민들이 이 소식을 접한 것은 언론을 통해서였다.

이 양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33)가 14일 검거 5일만에 범행 일부를 자백하면서 드러난 동선을 보면 하룻밤 사이 불과 반경 50m안에서 납치, 살해, 시신유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포토] 김길태, 살해 혐의 인정까지



연인원 3만명이 넘는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지만 숨진 이 양의 시신을 찾는데만 무려 11일이나 걸렸다.

이는 사건현장이 특히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길과 많은 빈집이 즐비한 재개발지역의 외곽지대에 위치해 더욱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길태의 주요 은거지였던 일명 무당집은 이 양 집에서 직선거리로 50여m 떨어진 폐가로 김은 14일 자백에서 술에 취한 채 이곳에서 자다 일어나보니 이 양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개발지역의 끝부분에 위치한데다 사방이 인근 아파트의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이 폐가는 밖에서도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 2개가 붙어 있어 안쪽에서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곳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 이곳에서 담배꽁초와 소주병 등 김길태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김길태는 사건 당일 숨진 이 양을 어깨에 들쳐메고 옆집인 인근 폐가로 이동해 물탱크에 유기했다고 밝혔다. 인근에 아파트 보안등이 켜져 있지만 늦은 밤 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곳은 인근 덕포여중의 높은 담벼락이 쳐진 좁은 골목길로 밤만 되면 인근 주민들조차 다니길 무서워하는 대표적인 우범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거기에다 어린 시절부터 덕포동 일대의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김길태에게는 주민이나 행정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폐가 등이 자신의 훌륭한 은거지이자 범행장소로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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