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혹시 나도?

입력 2010-03-06 00:00
수정 2010-03-0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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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블랙박스 동영상 마구잡이 인터넷 유출

직장인 박효주(31·여)씨는 최근 인터넷 서핑을 하다 섬뜩한 불쾌감에 전율했다. ‘택시 승객 진상녀’란 제목으로 돌아다니는 동영상을 보게 된 것.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로 촬영된 이 동영상에는 택시 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사적인 통화내용은 물론 옷차림과 목적지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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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시기사가 ‘블랙박스’로 촬영해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 여자 승객의 옷차림과 말투, 휴대전화 통화 내용 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동영상 캡처
한 택시기사가 ‘블랙박스’로 촬영해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 여자 승객의 옷차림과 말투, 휴대전화 통화 내용 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동영상 캡처
일부 동영상은 승객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일부는 얼굴을 그대로 보여줘 신원 파악이 가능할 정도다. 박씨는 “택시 안에서 화장도 하고 전화로 사적인 대화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과 목소리가 촬영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불안해했다.

●개인정보 유출 보완책 시급

교통사고 증거를 확보하고 운전기사의 폭행 피해를 막기 위해 ‘차량용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하는 택시가 늘고 있는 가운데 차 안을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마구 유포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된 법적 규제를 새로 마련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택시는 모두 7만 2293대(법인 2만 2772대 포함)로, 이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3만 6055대가 블랙박스를 달았다. 인천과 대구 등 다른 지자체도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장착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일부가 ‘2채널(실내·외의 음성과 영상 동시 촬영) 블랙박스’가 촬영한 승객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리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 택시기사는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구토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손님을 향해 ‘xxx년’, ‘재수 없는 xx’처럼 인신공격성 자막을 붙인 동영상을 유포했다. 말다툼 끝에 기사가 승객을 폭행하려는 동영상도 올라 있다.

●인신공격 자막에 얼굴 노출도

택시 기사들이 회원 가입을 많이 하는 한 비공개 카페엔 ‘이런 x조심해라.’면서 승객의 얼굴을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채 올리면서 개인 신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 때문에 택시 안 촬영이나 승객 목소리 녹음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블랙박스 기기를 설치하는 경우는 막을 길이 없다.”고 털어놨다. 호문혁 서울대 법대 교수는 “최근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도 공공기관의 유출에 한정돼 한계가 있는 만큼 블랙박스 등장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법적 제도 보완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조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촬영당하는 것은 초상권을 내세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찍는 것 자체를 막는 것보다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해당 자료를 공개하게 한다든지 개인정보 유출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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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0-03-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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