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지경까지’…대학이 총학 퇴출

‘어쩌다 이지경까지’…대학이 총학 퇴출

입력 2010-02-03 00:00
수정 2010-02-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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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닮은 대학선거 연쇄 타락상에 ‘극약처방’

 서강대가 선거 절차의 비민주성 등을 이유로 총학생회를 퇴출하기로 한 것은 상아탑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내 주요 대학 선거에서 각종 추태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어쩌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학생 자치조직에 학교측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 이번 조치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대학이 총학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동덕여대 총학이 학교 운영 방식 등을 놓고 대학측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손봉호 당시 총장이 선거인 명부 조작을 이유로 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서강대의 결정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학측에 학생회를 인정하지 말아 달라고 청원했고,학교 당국이 선거 절차상 이유로 총학생회를 퇴출했다는 점에서 학교와 학생회의 대립으로 비롯된 동덕여대 사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상당수 서강대 재학생들이 학교측의 선택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동덕여대사태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학 총학들이 기성 정치권의 타락상을 닮아가는 상황에서 총학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이 나온 점도 전례 없는 일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투표에서 선관위 위원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사전에 몰래 열어봤다는 ‘불법감청’ 파일이 공개되며 학내 갈등이 증폭돼 3월로 선거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고려대에서는 특정 선거본부의 부총학생회장 후보가 주변에 ‘당선되면 양주를 사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한 후보가 사전선거운동 등 3회 경고 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파행을 겪은 끝에 결국 선거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학생 자치조직이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해야 하는 상아탑의 순수성을 상실한 만큼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학이 나서 교내 갈등과 분란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공회대 이종구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많은 대학이 ‘미필적 고의’로 학생회의 부패를 방관하고 있다.비정상적으로 당선된 총학 문제에 서강대가 개입한 것은 잘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과만 중시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골치 아픈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대학생들까지 물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대학가 일각에서는 학생 자치 조직에까지 대학이 개입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세대 총학 양수진(사회학과 2학년.여) 집행위원은 “어찌 됐든 학생사회의 자정노력을 더 기다리지 않고 학생의 자치조직인 총학의 일에 학교가 개입한 것은 잘못이다.서강대의 결정이 다른 대학의 선례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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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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