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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게 왔다” 연천 축산농가 당혹·불안

“올게 왔다” 연천 축산농가 당혹·불안

입력 2010-01-19 00:00
업데이트 2010-01-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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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서 끝나길 바랐는데..무척 불안하네요”

19일 오전 의심 한우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연천군 청산면 장탄리 일대는 모처럼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당혹과 불안 속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감염 농가 마을 입구에는 이날 아침 일찍 이동통제초소가 긴급 설치됐다.

 연천군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 15명이 외부 차량의 출입을 막고 바삐 생석회를 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2.5t 소독차량의 대형 분사기에서도 끊임없이 소독액이 뿌려져 나왔고 주변 일대는 소독약 냄새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진동했다.

 직원들은 차량 소독탱크에서 뽑아낸 호스로 오고 가는 주민들의 차량을 바퀴부터 꼭대기까지 꼼꼼하게 소독했다.하지만 이들 사이에선 침묵이 흘렀고 어두운 표정이 역력했다.

 해당 농장 인근 주민들은 구제역 확산에 당혹스러워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정남주(69.여)씨는 “우리 동네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돼 나와 봤다”며 “포천에서만 나오다가 이제 연천까지 왔으니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주민 서광렬(47)씨도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외딴 골짜기에 있다”며 “다른 축산 농가에도 이미 퍼진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농장주 임광수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임씨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축사가 산으로 막혀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전혀 없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농장은 실제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그 뒤는 한탄강이 휘돌아 나간다.앞쪽도 37번 국도에서 외딴 길로 200m 가량 들어오면 마을이 있고 임씨 농장은 그 마을에서 무려 500m나 더 들어와야 한다.

 임씨는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농장에 수의사나 사료차가 들어온 적이 없고 자신도 은대리 자택 외에는 다닌 곳이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런 지리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연천 축산농민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연천군 한우협회장 이성복(61) 씨는 “외딴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어디로 번질지 몰라 뭐라 말할 수 없다”며 “그동안 축산농가들은 포천에서 구제역이 들어오면 다 망한다는 심정으로 외출도 자제하고 소만 살피며 소독을 철저히 해왔는데 정말 막막한 심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설이 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연천지역의 축산농민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며 “내 농장도 위험지역(반경 3㎞ 이내)에 포함돼 이제 출하는 막혔고 설 명절을 잘 지내기도 틀린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이씨는 임씨 농장으로부터 1~2㎞ 떨어진 곳에서 한우 3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연천지역의 경우 임씨 농장을 중심으로 위험지역(반경 3㎞ 이내)에 농장 43곳에서 소와 돼지 1만6천여마리가 사육되고 있고 경계지역(반경 10㎞ 이내)에 농장 227곳에서 소와 돼지,사슴,염소 등 우제류 가축 5만4천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특히 감염 전파력이 빠른 돼지 농장은 41곳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점이 불안 요소다.

 인근 도축장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

 발생 농가에서 9.1㎞ 떨어져 경계지역(반경 10㎞ 이내)에 포함된 동두천 상봉암동 우림축산 이모(60) 팀장은 “직원 60여명이 모두 심란해 하고 도축장을 이용하던 업체도 갈 곳이 없어졌다”며 “설 대목은 끝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연천군은 이날 확진 통보 직후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이른 아침부터 청산면 발생농가로 이어진 주요 도로 등에 모두 17곳 이동통제소를 설치하고 소독차량 10대를 동원해 생석회 76t과 소독액을 집중 살포하는 등 긴급 방역에 나섰다.

 또 발생농가와 500m 이내 1곳 농장 등 2개 농장 한우 63마리를 살처분했다.

 연천군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포천 구제역 발생지역과 가까워 감염을 우려했다”며 “다행히 6번째로 의심 신고된 6번째 사례는 음성이라고 하니 지금으로선 더 이상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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