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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치금 모아’ 사형수, 사랑의열매에 300만원 기부

‘영치금 모아’ 사형수, 사랑의열매에 300만원 기부

입력 2010-01-15 00:00
업데이트 2010-01-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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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치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가 그동안 모은 영치금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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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이규상 씨가 부산 자비사 박삼중 스님에게 보낸 편지. 이씨는 이 편지에서 그동안 모은 영치금 300만원을 불우이웃에 써달라며 기부한 사실과 함께 자신의 암울했던 삶, 세상에 대한 속죄를 또박또박 적었다. 연합뉴스
사형수 이규상 씨가 부산 자비사 박삼중 스님에게 보낸 편지. 이씨는 이 편지에서 그동안 모은 영치금 300만원을 불우이웃에 써달라며 기부한 사실과 함께 자신의 암울했던 삶, 세상에 대한 속죄를 또박또박 적었다.
연합뉴스
 주인공은 서울구치소에서 11년째 복역 중인 이규상(42) 씨.이씨는 지난 6일 그동안 꼬박꼬박 모아온 영치금 300만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이씨가 사형수 교화승인 박삼중 스님에게 지난 7일자로 보낸 편지를 통해 밝혀졌다.삼중 스님과 이씨는 8년 전에 처음 만난 뒤 상좌이자 자식으로서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편지에서 “부끄러운 액수이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시하게 됐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그러면서 “다시는 저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없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일 편지를 공개한 삼중 스님은 “수십 년 교화해오면서 많은 편지를 사형수들에게 받아봤지만 이렇게 뜨거운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심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형수의 기부가 사회에 훈훈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난과 구박,좌절과 분노 속에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돈이 없어 수업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해 선생님에게 두들겨 맞은 게 부지기수였고,소풍 한번 제대로 가본 적도 없었다.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사는 모진 삶은 이씨의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그리고 이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인생 자체를 파탄으로 몰아갔다.멸시받고 자라는 동안 자신도 험악한 주먹쟁이가 돼갔고,급기야 30대 초반에는 살인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가 삼중 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이었다.노모는 아들을 살리고자 멀리 부산 자비사로 두 번씩이나 찾아와 “불쌍한 자식놈을 한 번만 만나달라”고 통사정했다.하지만 스님은 그때마다 이를 깜박 잊었고,그 사이에 이씨의 노모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삼중 스님은 “어느 날 서울구치소에 들렀다가 한 사형수가 다가와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밝힌 뒤 노모의 별세 사실을 알려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허튼 약속이 남긴 죄책감 속에 이씨를 상좌이자 자식으로 삼기로 맹세하고 오늘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편지에서 그토록 저주하고 싶었던 기억들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고 싶다는 심경도 밝혔다.그러면서 지은 죄를 참회하고 좋아하는 연필화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스님에게 꼭 효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말미에 ‘서울국립선원에서 혜담(慧潭) 합장’이라고 적었다.‘서울국립선원’은 서울구치소를 이르는 말이고,‘혜담’은 그가 받은 법명이다.서툰 맞춤법에서 가난하여 빗나갔던 시절의 지난한 아픔이 배어나오나 또박또박 써내려간 필체에선 뜨거운 회한과 각오가 그대로 묻어난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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