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듣기방송 사고 교육청 책임 수험생·학부모에게 위자료 줘라”

“수능 듣기방송 사고 교육청 책임 수험생·학부모에게 위자료 줘라”

입력 2009-09-14 00:00
수정 2009-09-14 00: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도중 방송사고로 듣기평가가 지연돼 당황한 나머지 시험을 망친 응시생에게 시험장 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교육청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이례적으로 응시생 당사자뿐 아니라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우정 판사는 2009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했던 조모(19)군과 부모가 서울특별시(대표자 공정택 교육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조군에게 200만원, 부모에게 각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조군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3교시 외국어영역 듣기평가를 앞두고 갑자기 방송시설이 고장났다. 시험감독관들은 응시생들에게 우선 지필평가부터 풀라고 했다가 예상보다 고장이 빨리 수리되자 공지한 것과 달리 지필평가 중간에 듣기평가를 실시했다.

조군은 “피고가 시험장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해 방송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감독관들이 불필요한 사과방송을 하느라 시험시간을 허비하고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면서 “이로 인해 당황한 나머지 집중력을 잃어 3교시뿐 아니라 4교시 시험까지 망쳐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조군 등은 1년 더 입시 준비를 하는 데 들어가는 학원 수강료 등 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 3500만원을 물어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는 방송시설 고장을 방지하고 감독관이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도록 교육시키는 등 응시생들이 외부상황에 좌우됨 없이 시험을 치르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대처 과정에서도 일관되지 못한 조치로 응시생들에게 혼란을 겪게 했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군의 부모에 대해서도 “수능시험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춰보면 조군의 성적하락에 대한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이 상당기간 지속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수험기간 동안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들도 역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자료 지급을 명했다.

하지만 “듣기평가 사고가 없었더라면 조군이 더 높은 성적을 받아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힘들다.”면서 학원 수강료 청구는 기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9-14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동계올림픽 중계권의 JTBC 독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폐막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중계를 JTBC가 독점으로 방송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독점이어도 볼 사람은 본다.
2. 다양한 채널에서 중계를 했어야 했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