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맨 테러 알 카에다 소행] “오지관광 부르는게 값 중소여행사 생존 수단”

[예맨 테러 알 카에다 소행] “오지관광 부르는게 값 중소여행사 생존 수단”

입력 2009-03-18 00:00
수정 2009-03-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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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계 ‘위험한 영업’

“미주와 유럽 상품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중소형 여행사가 살아남으려면 오지를 개척할 수밖에 없다. 테러가 발생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우리끼리 얘기지만 그냥 재수가 없었구나 하는 거다.”

17일 이번 예멘 테러 사태를 접한 서울의 한 중소형 여행사 이사의 지적이다. 국내 여행업 종사자들은 이번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테마세이투어 측의 입장이 이해된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들에게 이번 사태의 원인은 국내 여행업계의 비뚤어진 구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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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한 예멘 시밤을 찾은 관료와 군경의 모습을 담은 16일 현지 방송의 한 장면. 시밤은 사막 위에 진흙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사막 위의 맨해튼’으로 불린다. 시밤(예멘) AP 특약
폭발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한 예멘 시밤을 찾은 관료와 군경의 모습을 담은 16일 현지 방송의 한 장면. 시밤은 사막 위에 진흙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사막 위의 맨해튼’으로 불린다.
시밤(예멘) AP 특약


●美·日 등은 대형업체 독식

한국관광업협회 중앙회 측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협회에 등록된 여행사는 9601개다. 이 가운데 해외 여행 전문업체는 5271개이고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100여개에 불과하다. 협회 관계자는 “상위 20여개 업체가 상품을 개발하면 나머지 여행사들은 그대로 베끼거나 하청을 받아서 파는 구조”라면서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영업을 중단하는 곳이 한 달에 100여개가 넘어설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업체들이 마진이 많이 남는 미국이나 유럽 여행 상품과 수요가 많은 일본·중국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반면 중소형 여행사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가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형 여행사들에는 아프리카, 중동, 남아메리카 등 여행상품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지역의 상품이 매력적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의 마진이 남아서다.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객 한 명당 100만원 이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여행객들이 꼭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무리한 금액을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행사 직원이 현지를 방문해 여행객들의 동선을 미리 점검하거나 안전성을 검증하는 일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크루즈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한 여행사 측은 “운영을 맡은 현지 여행사 측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한 달에 많아야 10건 미만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수백만원을 들여 직원을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판매량은 적고 마진이 크다 보니 사소한 위험쯤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사전 안전성 검증 꿈도 못꿔

여행사 규모를 떠나 ‘직원에게 책임을 지우는 운영방식’도 문제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와의 계약에서 생기는 환차손이나 여행 상품을 다 팔지 못했을 경우까지 직원이 보상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한 대형여행사의 전직 간부는 “업무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의 여권이 공항에 제대로 도착하지 않은 경우에도 실무 직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실정”이라며 “여행사 직원들이 고객의 안전보다 무조건적인 상품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박건형 유대근기자 kitsch@seoul.co.kr
2009-03-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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