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 임하신 추기경님 따라 바보 되렵니다”

“낮은 곳 임하신 추기경님 따라 바보 되렵니다”

입력 2009-02-20 00:00
수정 2009-02-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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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이웃들의 마지막 인사

“이 세상 누구도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 이유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고 싶어한 유명인사는 많았지만 정작 김 추기경이 만나려고 했던 사람은 다른 데 있었다. 철거민, 장애인, 이주노동자, 사형수 등 사회에서 소외된 ‘어린 양’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것도 항상 우선순위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벗이었던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이들의 소회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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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웃음 속에 담긴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따르겠습니다.” 조문 마지막 날인 19일 한 여성이 서울 명동성당 종마루 옆 난간에서 전시중인 김수환 추기경의 활짝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당신의 웃음 속에 담긴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따르겠습니다.” 조문 마지막 날인 19일 한 여성이 서울 명동성당 종마루 옆 난간에서 전시중인 김수환 추기경의 활짝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철거민 김진홍(63·서울 도봉구)씨

“1987년 서울 상계동에서 강제철거를 당했다. 추기경님이 직접 오셔서 미사를 집전해 주시겠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안 조합 사람들이 그날 밤 미사 드릴 마당을 포클레인으로 파버렸다. 다음날 오전 도착한 추기경님은 ‘이대로 미사를 드리자.’고 하셨다. ‘가난한 철거민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급박하고 고달프다.’며 눈물을 보이시고는 우리를 불러 직접 발을 씻겨 주셨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노숙인 보호 활동가 서정기(62)씨

“경기 화성 바오로의 집에서 일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1990년 크리스마스 이래 4년 동안 성탄 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셨다. 그때 주변에 있는 노숙인들이 겨울에 많이 얼어 죽었다. 우리가 무료 급식소를 만들고 싶어 많이 노력했는데 추기경님이 당시 서울시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에게 말씀해 주셔서 급식소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추기경님이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믿고 있다. 하늘에서도 우리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 주실 거다.”

●택시기사 이계천(64·서울 도봉구)씨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에서 1984년 택시기사들이 ‘가톨릭 운전기사 사도회’를 만들었다. 장애인을 위해 차량봉사도 하고, 집수리와 도배 봉사를 주로 했다. 그해 김 추기경님이 우리를 찾아 오셨다. ‘훌륭한 일을 한다.’면서 우리에게 ‘핸들 잡는 예수’라는 별명도 지어 주셨다. 1998년 내 아버지가 돌아 가시기 전 추기경님이 직접 찾아 와서 기도를 해 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운명을 맞는다. 아버님은 고통없이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 계실 것’이라는 얘기가 큰 위로가 됐다. ”

●지체장애자 김덕임(79·경기 파주)씨

“나는 1991년부터 ‘애덕의 집’이라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살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지능이 낮아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뜨다. 우리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위해 추기경님은 1981년 이 시설이 생긴 이후부터 계속 방문해 주셨다. 맛있는 음식도 싸 오시고 우리와 스스럼없이 농담도 하셨다.

2005년에는 우리가 보고 싶다고 파주 근처까지 왔다가 도저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차를 돌리신 적도 있다. 지금도 매달 후원금을 주신다. ‘항상 착하게 살아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항상 새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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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박성국기자 goseoul@seoul.co.kr
2009-0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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