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길 잃더라도 곧 찾을 수 있도록”

“혹시 길 잃더라도 곧 찾을 수 있도록”

임일영 기자
입력 2008-01-09 00:00
수정 2008-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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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문신 예술가)´ 이랑(33)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열여섯 소녀의 몸에 문신을 새겨 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씨는 2006년 의료인이 아니면서 문신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의료 행위로 단속돼 벌금을 냈고, 지난해 대학로에서 문신 시술 합법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다 약식기소돼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주흥종(52)씨가 문신을 부탁한 딸 리빈(16)양은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다. 길을 잃었을 때 나쁜 사람들의 손에 끌려가지 않도록 딸의 몸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보호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새겨 달라고 부탁한 것. 미성년자인 딸이 혹시 길을 잃었다가 수용자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된 사회복지시설에 끌려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문신을 택했다는 것이 주씨의 설명이다.

주씨는 “목걸이, 팔찌도 해 봤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잘못 끌려가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막고 자칫 헤어지더라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리빈양이 어리다는 점 때문에 한참 망설였지만 “딸을 위험에 방치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난 5일 시술을 했다. 이씨는 “시술료를 한 푼도 받지 못 했지만 보람은 곱절로 느꼈다.”면서 “글자와 숫자만 쓰면 그냥 종이를 붙인 것 같아 주민등록번호 위로 날아드는 호랑나비 한 마리를 곱게 새겨 넣었다.”며 활짝 웃었다. 주씨는 “리빈이가 할머니가 되더라도 정신연령은 4살을 넘지 못할 테지만 날개가 달린 나비처럼 예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8-01-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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