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팔짱에 학생만 골탕

당국 팔짱에 학생만 골탕

김병철 기자
입력 2007-11-12 00:00
수정 200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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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열풍’에 따른 사설학원의 상혼과 교사의 개입, 입시문제 보안 등 허술한 관리가 맞물리면서 외국어고 입시 문제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김포외고 전체 합격자 184명 중 문제를 사전에 알고 들어간 서울 목동 J학원 학생 47명(26%)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돼 경기도교육청 등에 재시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또 경기지역 외고의 공동출제 관리 및 보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험 하루전 학교 측에서 문제 유출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9개 외국어교 교사를 차출해 지난달 21일부터 29일 낮 12시까지 경기 화성의 모처에서 합숙을 하며 입시 문제를 출제했다.

‘문제은행’을 만들어 놓은 뒤 9개 외고에서 필요한 문제를 80문항씩 선택해 각각 입시를 치르는 형식이다.

김포외고도 교감 L씨가 29일 낮 USB메모리와 CD에 80문제를 담아 학교로 온 뒤 이날 오후 6시쯤 교장 J씨와 L교감, 입학홍보부장인 이모(52) 교사가 모인 가운데 이씨의 노트북을 통해 문제를 프린트했다.

이씨는 앞서 지난 9월 서울 양천구 목동 J학원에서 열린 외고 입시설명회에서 J학원 원장 곽모(42)씨로부터 “(2006년 개교한) 김포외고에 많이 지원하도록 밀어주겠다. 시험 문제를 건네주면 후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씨는 이날 자정쯤 자신의 노트북에 임시 저장된 문제 가운데 38문제를 뽑아 이메일로 곽 원장에게 보냈다.

곽 원장 등은 38문제 중 13문항을 A4용지 1장에 앞뒤로 인쇄한 뒤 30일 고사장으로 가는 학원버스 3대에 나눠 탄 학생 120여명에게 ‘마지막 핵심 총정리’라며 배포하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곽 원장 등이 확보한 문제를 모두 학생들에게 나눠줄 경우 점수가 높아져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 배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들이 시험 당일 아침에 전달받은 A4용지에는 창의·사고력(수학) 8문제와 외국어(영어) 4문제, 언어(국어) 1문제 등 실제 문제와 완전히 같거나 비슷한 13개 문항이 담겨있었다.J학원에서는 김포외고 일반전형에 154명이 응시해 47명(31%)이 합격, 일반전형 합격자 184명 가운데 26%를 휩쓸었다.

김포외고 일반전형의 전체 경쟁률이 13대1(2400명 응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J학원 학생들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전체 평균의 4배 이상이다.

특목고 입시 보안 재검토 시급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 통로로 알려지면서 입시 과열을 불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고 특별전형 경쟁률은 평균 9.20대1로 지난해 8.38대1보다 크게 높아지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편승해 학원가에는 특목고 대비반뿐만 아니라 전문학원이 생겨 성업 중이다.

그러나 입시 문제에 대한 보안은 크게 허술한 실정이다. 경찰은 김포외고와 함께 입시를 치른 경기도내 다른 8개 외국어고나 전국 특수 목적고도 비슷한 방식의 부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문제를 유출한 김포외고 이 교사가 다른 외국어고에 재직했던 점을 중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마다 6개 외고 가운데 한 곳을 주관 학교로 정해 문제 출제와 관리를 모두 책임지게 하고 있다.”면서 “김포외고 사태를 계기로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서울에서도 교육청이 직접 감독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최미숙(49) 상임대표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만 선의의 피해를 보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공동 출제는 교육청이 철저히 감독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소홀히 해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포외고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 학교 불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재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도내 9개 전체 외고의 일반 전형 시험문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공동 출제한 뒤 각 학교별로 시험문제를 추려냈다.

재시험을 볼 경우 합격 통보를 받은 응시생들의 거센 반발이, 재시험을 실시하지 않으면 불합격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이번 사건의 파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12월11일로 예정된 일반고교의 전형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각 외고에는 “이미 외고에 합격했는데 12일부터 시작되는 일반고교 전형 원서를 접수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외고 1학년 김모(16)양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3·여)씨도 “시험문제 유출에 교사가 개입했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이 동요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건이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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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 서재희·수원 김병철기자 argus@seoul.co.kr
2007-11-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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