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분 통행 길 ‘환경정리’ 논란

높은분 통행 길 ‘환경정리’ 논란

입력 2007-03-07 00:00
수정 200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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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는 15일부터 시청과 시의회를 연결하는 ‘덕수궁 지하도’를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노숙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숙자들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 다른 곳은 그냥 둔 채 이곳만 노숙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시의원과 시 간부들 등 ‘높은 분’들이 다니는데 거슬려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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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지정될 서울 태평로 시청 앞 지하도에 6일 노숙자들이 잠을 자기 위해 마련한 박스들이 널려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15일부터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지정될 서울 태평로 시청 앞 지하도에 6일 노숙자들이 잠을 자기 위해 마련한 박스들이 널려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15일부터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덕수궁 지하도는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10여명의 노숙자가 생활하는 곳으로 지난달 28일 퇴거를 종용하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서울 중구청장 명의로 된 안내문에는 “노숙은 건강에 해로우니 앞으로는 가까운 쉼터나 상담보호센터에 입소해 달라.15일부터 ‘노숙자율금지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장 갈 곳을 잃은 노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2년째 이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차모(46)씨는 “얼마 전부터 공무원들이 ‘앞으로는 이곳에서 노숙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면서 “다른 곳은 가만히 놔두면서 왜 우리만 나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자 김모(53)씨도 “시청이나 시의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를 자주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를 ‘눈엣가시’로 여겨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푸념했다.

노숙자들 “다른곳은 놔두고 왜 이곳만…”

중구청은 이번 조치가 서울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구청 노숙인지원팀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시에서 ‘시청과 시의회가 인접한 덕수궁 지하도에 노숙자가 많아 보기 좋지 않으니 이곳을 노숙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 서울시가 직접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중구청이 대신 해 주었으면 한다.’며 협조 공문을 보내와 이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시설입소 대책의 일환일 뿐”

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거리노숙인 시설입소대책’의 일환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노숙인자립지원반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출범 이후 시민복지에 큰 관심을 두면서 노숙자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게 됐다.”면서 “650명 정도로 추산되는 서울시 노숙자들을 2010년까지 전원 쉼터나 상담보호센터 등에 입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덕수궁 지하도의 경우 노숙인이 적어 집단 반발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첫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라면서 “이곳의 성과를 검토한 뒤 노숙금지구역을 을지로입구나 서울역 등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협의회 조성준 간사는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노숙자대책은 ‘노숙인들을 일반인들의 눈에 안 보이게만 하면 된다.’는 식의 지극히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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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7-03-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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