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은 ‘몰래 산타’

홀대받은 ‘몰래 산타’

임일영 기자
입력 2006-12-25 00:00
수정 200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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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조각에 이어 다이옥신까지 잇따라 검출된 미국산 쇠고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가운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당사에 ‘몰래 산타’의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엔 경찰의 저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4일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2006년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란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선물꾸러미를 챙긴 범국본 소속의 ‘몰래 산타’들은 가장 먼저 청와대에 들러 노무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전달을 시도했다.

가로 30㎝, 세로 30㎝의 빨간색 선물상자 속에는 미국 소의 가면과 질 좋은 국산 쇠고기 세 근, 광우병 의혹을 제기한 TV 다큐멘터리 동영상과 협상 중단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담겨 있었다.

5명의 몰래 산타들은 추위 속에 몸을 떨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찰 30여명의 제지를 받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 범국본 측은 “시위도 아니고 그저 민원실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려 할 뿐”이라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선 “민원실 근무자가 아무도 없다.”며 도로를 봉쇄했다. 결국 몰래 산타들은 선물꾸러미를 저지선 앞 도로에 둔 채로 외교통상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경찰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선물상자 처리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면서 길 복판에 있던 박스를 인도 한 쪽으로 올려 놓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은 외교부에서도 홀대를 받았다. 청사 정문에 도착해 선물을 인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결국 정문 앞에 박스를 놓아둔 채 힘없이 구호를 외치고 돌아섰다. 몰래산타 행사 준비위원장을 맡은 윤희숙(31)씨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너무 경직돼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절박한 목소리에 책임있는 분들이 귀를 막은 것 같아 답답하다.”고 털어 놓았다.

여의도 쪽으로 나선 몰래 산타들은 우여곡절 끝에 임무에 성공했다. 먼저 들른 한나라당에서는 경비와 10여분 간의 실랑이 끝에 선물을 맡기는 데 성공했다. 열린우리당에선 사무처 직원이 나와 선물을 접수했다.

직접 몰래산타로 나섰던 김양현(35) 경기청년단체협의회 정치위원장은 “간신히 전달했지만 기분이 참담하다.

이런 분들에게 선물을 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꼼꼼하게 자료를 봐줘서 FTA 협상 중단에 도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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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6-1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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