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가출신고 판친다

거짓 가출신고 판친다

서재희 기자
입력 2006-12-20 00:00
수정 200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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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한국인 남자와 결혼했다가 사실상 이혼상태인 베트남인 T(32)씨는 지난 10월 경찰에 남편의 가출 신고를 했다. 그녀는 남편이 있는 곳을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가출신고를 한 것은 오로지 체류기간 연장 때문이다.T씨는 “체류 연장용 신원보증을 안해 주겠다는 남편과 이혼하는 것보다 가출 신고를 내고 연장을 받는 게 간편해서 남편의 묵인 아래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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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11일 김모(49)씨는 2000년 부부싸움을 한 뒤 집을 나간 아내를 찾겠다며 가출신고를 했다. 가출 당시에는 ‘집 나간 사람과 평생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구태여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늦게 가출 신고를 한 것은 융자 때문이었다. 신씨는 “빌라 구입을 하기 위해 융자를 신청했는데 금융기관에서 신원보증 차원에서 아내가 가출했다는 증빙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3. 지난 10월 이모(54)씨는 15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찾겠다며 경찰에 가출신고를 냈다.“아내를 꼭 찾아야 한다.”고 신고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그는 “아는 사람이 가출신고를 해야 이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의 ‘가출인 신고 제도’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실제로 사람을 찾겠다는 것보다는 체류 연장이나 이혼, 융자 등 다른 속셈으로 내는 가출신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은 거짓 신고임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경찰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서울신문이 지난 3개월간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미귀가자, 가출인 신고를 취재해 분석한 결과 가출한 지 6개월이 넘은 배우자를 뒤늦게 찾겠다며 접수시킨 경우가 20건이 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화 취재에서 “찾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이혼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찾고 싶은 척 신고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한다. 가출한 아내를 찾기 위해 지난 14일 경찰에 신고한 최모(57)씨는 “채무관계 때문에 아내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경찰에서 ‘실종자 신고가 많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남편이 나가 생계까지 막막해진 김모(34)씨도 가출인 신고 당시를 떠올리며 화를 냈다. 그는 “수소문을 했는데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했는데 ‘딴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때 제대로 신고했다면 보육료라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은 거짓 신고를 ‘알면서도 속아 주는’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자력으로 집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을 찾아주는 게 우리 임무인데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개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게 뻔히 보여도 ‘나중에 변사체로 발견되면 어쩔 거냐.’며 따지면 할 수 없이 신고를 받아 준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가출인 신고 남용이 무지와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출인 신고 뒤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혼이 되는 것으로 흔히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서 “혼인관계 해소는 오직 배우자 사망이나 협의상 이혼, 재판상 이혼을 거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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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2006-1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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