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들이 서책이나 회화, 편지봉투 등에 찍었던 개인 인장(도장) 250여점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새·어보 등 공적인 도장과 달리 임금 개인의 취향과 인간관계 등이 담겨 있어 조선시대 학문·예술세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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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관장 소재구)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조선왕실의 인장’을 15일부터 10월8일까지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특별전에는 조선 24대 임금인 헌종(재위 1834∼49년)이 직접 사용했거나 수집한 인장 150여점을 비롯, 정조·순종·고종·흥선대원군 등이 사용했던 인장 100여점 등 총 250여점이 전시된다. 인장은 초기에는 주로 사용자의 이름이나 호, 직위를 새겨 신분과 신용을 나타냈으나 중국 송·원대에 이르러 교훈적인 문구나 좋은 시 등을 인용,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예술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또 돌·금속·나무·흙 등을 이용, 색채와 조형적 장점을 살리면서 전서를 글씨로 새겨 전각으로 불렸으며, 시(詩)·서(書)·화(畵)가 집약된 종합예술로 발전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3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헌종의 방대한 인장 컬렉션이다. 문예에 뛰어났던 헌종이 700점이 넘는 인장을 날인, 펴낸 인보(서책)인 ‘보소당인존’에서 확인된 다양한 글귀·모양의 인장 150여점이 공개됐다. 이 가운데에는 헌종이 정약용·김정희·강세황·신위·권돈인·조희룡 등 당대를 대표한 문인 석학들과 학문·예술적으로 교류하면서 그들로부터 수집한 인장이 포함돼 있으며, 문팽·옹방강·오숭량 등 청나라 문인들의 인장도 볼 수 있다.
소재구 관장은 “헌종이 문인들과 교감하고 청나라와 학문적 교류를 하면서 문화군주로서의 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0여점에 이르는 김정희 인장을 수집한 것은, 헌종이 금석학적 측면에서 추사 일파와 긴밀히 교류할 만큼 학문적 수준이 높았음을 보여준다.
또 헌종이 서화 감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장소인 창덕궁 낙선재와 보소당 등 궁궐 전각의 이름을 새긴 인장을 통해 왕의 풍류를 뽐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1725년 발간된 백과사전 ‘고금도서집성’ 5022책에 모두 찍혀 있는 정조의 ‘극(極)’ 날인과, 크기가 서로 다른 5개 인장을 포개 1개 도장에 넣은 이하응(흥선대원군)의 ‘투인’ 인장 등도 전시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8-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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