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이재훈 기자
입력 2006-06-08 00:00
수정 200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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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명수(12·가명)는 태어나 단 한번도 ‘아빠’라는 이름을 살갑게 불러본 적이 없다. 스무살 때 명수를 낳은 아버지(32·일용노동)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3년 전 아버지와 결혼한 계모도 명수에겐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가 집을 나가 음식을 훔쳐 먹고 문 닫은 포장마차 천막 등에서 잠자기 일쑤지만 부모는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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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에 대한 개념도, 책임의식도 희박한 ‘철없는 부모’들의 방임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능력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살다 갓난아기를 때려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엽기 20대 부부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성적만 우선하는 교육 등을 미성숙 부모 양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 서부지역에 사는 선아(10·가명)는 아버지(38)를 ‘오빠’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선아가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66)와 할머니(66)에게 아이를 떠맡겼다. 선아는 폐지 수집 등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조부모 밑에서 생활하며 지난해까지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친구가 없어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말을 더듬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유아기적 퇴행 현상까지 보인다.

지난해 4월과 11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연달아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지금은 시설에 머무르며 또래보다 늦은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임 학대는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복지법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전국의 방임 학대 건수는 2001년 985건,2002년 1329건,2003년 1514건,2004년 2071건, 지난해 2416건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3월까지 635건이나 접수돼 수치상으론 25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신고에서 드러난 방임 사례 3385건(중복사례 포함)을 분석한 결과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장시간 위험하고 불결한 주거환경에 방치한 물리적 방임이 1649건으로 48.7%를 차지했다. 교육적 방임 717건(21.2%), 의료적 방임 315건(9.3%), 가출아동을 찾지 않는 방임이 189건(5.6%) 순이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기능적인 교육에만 매몰돼 기본 사회 윤리를 갖추지 못한 미성숙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고 있다. 부모의 됨됨이를 가르치고 양육에 대해 사회적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젊은 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험을 공유하며 부모 됨됨이를 배우는 워크숍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매주 토요일 ‘좋은 아버지 교실’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과 효과적인 자녀와의 대화법, 자녀 교육관 등을 강의와 토론, 역할극을 토대로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담당 오현숙 강사는 “10명 가까운 아버지들이 참여해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개별 인격체로 보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해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간, 혹은 사회적 인간 관계에서도 상대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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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6-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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