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절반이 자퇴

탈북청소년 절반이 자퇴

이유종 기자
입력 2006-04-21 00:00
수정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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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말에 탈북했다 5년간의 중국체류를 거쳐 2년 전 입국한 새터민 김나래(18)양은 한 초등학교에서 2년 동안 5∼6세 어린 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았다.

이어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바로 그만뒀다. 그는 출석일수 미달로 재적처분을 받으면 고입 검정고시를 칠 계획이다.

김양은 “초등학교도 다른 대안이 없어 졸업까지 겨우 버텼을 정도”라며 한국 적응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북한에서 9년 동안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오미영(가명·21·여)씨도 지난해 다니던 학교를 결국 그만뒀다. 늦깎이로 남한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20일 국가청소년위원회에 따르면 새터민 청소년들의 방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입국한 20세 미만 새터민 1300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정규 학교에 편입했다 1∼2년 안에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 중도 포기율이 국내 학생에 비해 무려 10배다. 남한학교 취학률은 중학교 과정이 58.4%, 의무교육 과정이 아닌 고등학교는 10.4%에 불과했다.

청소년위원회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남한 학교적응 실패 ▲남북한 교육제도 차이 ▲직업훈련과정 미흡 ▲정서·신체적인 문제 등을 꼽았다. 관계자는 “중국 등 제3국가에서 오랫동안 체류해 학습공백이 있는 데다 남북한 학제와 학력 차이가 커, 국내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한다.”면서 “남북한 생활양식에도 차이가 있어 또래 문화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을 책임질 교육기관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를 빼고는 거의 없다. 정부가 세운 학교로는 지난 3월 문을 연 기숙 대안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가 유일하다. 지난해까지 탈북청소년 1300여명이 입국한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민간이 운영하는 대안학교들도 시설이 열악한 데다 훈련된 전문교사와 학습교재가 부족하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직업훈련원도 전무했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대부분의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해결책은 아예 없다.

청소년위원회는 이런 실정을 감안, 오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무지개 청소년센터’를 연다. 하지만 이 시설은 탈북청소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혼혈 청소년까지 사용하는 시설이라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맞춤 시설은 아니다.

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 청소년들은 국내 교육과정에 적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처음부터 정규 학교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남북한 통합 교육을 시켜야 하고 혼혈 청소년들은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청소년위원회가 세우는 시설은 교육복지 차원에서 두 가지 사안을 한 데 묶은 것이라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전했다.

경기대 이부미 교수는 “학교에서 벗어나는 탈북 청소년들의 학력을 제대로 측정한 뒤 여러 교육기관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면서 “기존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대안학교나 직업 훈련원 등 다양한 해결 방안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2006-04-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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