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불러보는 “여보”

37년만에 불러보는 “여보”

입력 2006-03-21 00:00
수정 200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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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지난 11월 제12차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또다시 ‘납북자’란 표현을 문제삼아 남측 방송기자들의 방송 송출을 저지했다.

북측은 20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제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장에서 남측 언론들이 1969년 조기잡이에 나섰다가 연평도 부근에서 나포된 신성호의 선원이었던 남편 천문석(76)씨를 37년 만에 만난 서순애(69·여)씨 사연을 소개하자 ‘납북자’란 표현을 썼다며 방송 화면송출을 막았다.

이에 따라 KBS SBS 등 방송사들의 오후 8시 9시 뉴스가 화면은 금강산 발이었으나, 기자들의 언급은 서울에서 재편집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남측 상봉단장인 한적 울산지부장이 “북측 요구대로 ‘행불자’로 써주자.”고 주장,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20일 상봉에서는 남측 가족 99명이 북측 가족 269명을 단체로 만났다.

이날 행사장에서 서씨는 37년 전에 헤어진 남편 천씨가 “순애야.”라고 이름을 부르자 눈시울을 적셨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서씨는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고, 큰 아들 영선(41)씨는 아버지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자 “제가 영선입니다.”라며 큰 절을 올렸다. 천씨는 북에서 다시 결혼해 낳은 두 아들을 소개했다.

박영원(74)씨는 국군포로인 형 인하씨가 사망한 바람에 형수와 조카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영원씨는 “형님은 1989년에 돌아가셨다.”는 형수 오순봉(68)씨의 말에 “50년 넘게 그토록 기다린 게 허사가 됐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형의 가족들을 만나니 형을 그리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남측의 이경찬(68)·영찬(70)씨 형제는 북측의 숙모 이영희(73)씨와 사촌동생 이영(42)씨를 만났으나 무거운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2006-03-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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