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세상 가고싶다”

“돈 없는 세상 가고싶다”

유지혜 기자
입력 2006-01-23 00:00
수정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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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신지체 장애인과 어머니가 집에서 목졸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오전 4시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S아파트 7층 최모(56·여)씨의 집 안방에서 최씨와 큰아들 백모(29·정신지체장애 3급)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작은 아들(27)은 다용도실에서 목을 매려다 줄이 끊어져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을 할머니 박모(82)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 목숨을 건졌다.

박씨는 경찰에서 “잠을 자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 신음소리가 들려 나가 봤더니 작은 손자가 다용도실에 쓰러져 있었고, 며느리와 큰손자는 안방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은 아들 옆에서는 메모지에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엄마와 형, 나의 소원은 돈 없는 세상으로 가는 거다.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걸까?엄마와 아빠가 못한 일을 내가 해야 한다. 돈 너무 싫어.”라고 적혀 있었다.

최씨의 남편 역시 지난해 10월 사업부도를 비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들은 이후 3억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렸으며 작은 아들 역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큰아들은 목졸린 흔적이 있었으나 약물복용이나 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 등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주변 인물들을 불러 정확한 정황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작은 아들이 가족들과 동반자살을 시도했거나 의도적으로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면서 “작은 아들은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고비를 넘겼으나 아직 진술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 상태가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6-0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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