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떠넘긴 지하철 안전투자

민간에 떠넘긴 지하철 안전투자

이재훈 기자
입력 2006-01-16 00:00
수정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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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추락과 자살 등을 막기 위해 서울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지만 지나치게 경제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사고예방이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의 돈에만 의존해 일을 추진하다 보니 안전성보다는 광고를 통한 수익창출 여부가 설치역 선정의 최우선 기준이 되고 있다.

●올해 완공 13곳 중 10곳, 민간자본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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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옛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따르면 두 회사는 당초 2009년까지 1∼8호선 265개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비용을 민간자본에 의존하다보니 설치역 편중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스크린도어 설치에 역당 25억∼30억원이 들지만 정부 예산 지원은 전혀 없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 각각 50억원만 보조할 뿐이다.

현재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는 곳은 사당·선릉·용두·동묘앞 등 4개 역. 올해 강남·교대·삼성·강변·서울대입구·을지로입구·동대문 등 2∼4호선 13개 역에 추가로 스크린도어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중 을지로3가(3호선)·동대문(4호선)·서울대입구(2호선)를 제외한 10개 역은 100% 민간자본으로 짓는다. 민간 컨소시엄인 유진&포스콘이 428억원을 투자해 10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대신 앞으로 22년 동안 스크린도어를 활용한 광고 운영권을 갖는 방식이다.

●사고 다발지역 스크린도어 설치 외면

광고 효과를 노리다보니 민간투자 10개 역은 수송인원 상위권 일색이다. 강남역은 지난해 수송인원이 하루 평균 11만 96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역(9만 8878명)은 2위, 강변역(7만 6194명)은 9위였다. 반면 그동안 사고가 많이 났던 역들은 설치 대상에서 빠져 있다.2002년부터 지금까지 4건 이상 사고가 발생한 8개 역 중 올해 스크린도어 설치가 예정된 곳은 수송인원 19위인 서울대입구역밖에 없다.6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가 났던 동작역(4호선)은 하루 평균 이용인구가 108위에 불과하고 5건이 일어난 일원역(3호선), 신용산역(4호선), 구의역(2호선)도 각각 99위,64위,45위로 유동인구가 적다.

서울메트로측도 수익성이 최우선 고려요소가 됐음을 시인하고 있다. 스크린도어설치팀 관계자는 “민간자본은 광고 효과를 보는 곳에만 투자하려 하기 때문에 앞으로 10개 안팎의 역에만 추가 설치하면 손을 뗄 것 같다.”면서 “이 상태로 가면 2010년대 중반까지도 모든 역에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서울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측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건설교통부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승객의 안전은 운영자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다른 자치단체보다 재정 형편이 좋은 서울시에만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화재사고에 대한 차량 내장재 교체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서울시 재정상황이 어려워져 전폭 지원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사고는 어떤 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투자는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이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에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예산을 보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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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1-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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