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우정 가른 고려청자

10년우정 가른 고려청자

입력 2004-08-24 00:00
수정 2004-08-2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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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에서 주운 도자기 때문에 10년간의 바둑우정이 깨졌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지모(57·부동산중개업)씨는 23일 10년간 바둑을 두며 친분을 나누던 이웃 고모씨를 서울 남부경찰서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씨가 팔아주겠다며 가져간 고려청자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

사연은 이렇다.지난해 말 지씨는 아내가 길에서 주워 온 도자기를 ‘그저 그런 것’이려니 하고 마당 한 구석에 방치해 뒀다.

전체적으로 푸른 빛이 돌고 손잡이에 원숭이 같은 동물이 비스듬히 붙어 있는 게 신기했지만 ‘주운 물건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지씨는 고씨와 바둑을 두다가 문득 도자기 생각이 나 “집에 도자기가 하나 있는데 가져가서 팔아보다 값이 나가면 반만 달라.”고 제의했다.

며칠 후 고씨는 인사동에서 알아본 뒤 그 도자기가 1억 5000만원을 호가하는 ‘청자호리병’의 한 종류라는 얘기를 전했다.흥분한 지씨는 “다 알아서 하겠다.”는 고씨의 말에 별 문제 삼지 않았다.

지씨는 그 후 고씨가 “도자기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1억원밖에 안 준다고 해서 안 팔았다.”고 말하자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도자기 반환을 요구했다.

결국 지난 2월 고씨가 도자기를 돌려줬지만 원래의 도자기는 아니었다.감정 결과 몇 만원도 받지 못하는 꽃무늬 장식의 평범한 도자기였다.지씨는 진짜 고려청자를 내놓으라며 고씨와 다투게 됐고 그 후 고씨는 종적을 감췄다.결국 지씨는 변호사를 선임,고씨를 고소함으로써 10년간의 우정은 막을 내렸다.

현행 유실물관리법에 따르면 길에서 습득한 물건은 신고를 하도록 돼 있어 지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자기를 판매하려 한 행위 자체는 불법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4-08-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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