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와 아산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대형 개발사업이 추진중인 충청도에 ‘떡고물 효자’가 생겨나고 있다.
개발계획으로 급등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거액의 보상금 지급을 앞두고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명절 때만 간간이 얼굴을 내밀던 도시의 자녀들이 고향집에 몰려들어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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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건설지인 충남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주민 이모(47)씨는 “조만간 보상금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평소와 달리 집집마다 선물꾸러미를 들고 자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어떤 집 아들은 몇년간 일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 갑자기 고향을 찾아와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식들이 아직 부모에게 속마음을 내보이고 있지 않지만 일부는 돌아갈 때 보상금이나 땅값 등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들르기도 해 마음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아산신도시 1단계지구는 이르면 이달 말 토지 보상금이 지급된다.감정가가 이번 주 나올 예정으로 토지 소유주의 이의가 없으면 즉각 보상금이 나간다.430여가구가 살고 있는 1단계지구는 모두 107만평.총 보상금이 1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돼 집집마다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가구당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30억∼40억원까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는 “사위까지 찾아오는 집도 더러 있지만 남아 있는 땅뙈기는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이 마을 땅 70∼80%는 3∼7년 전에 이미 외지인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집집마다 보상금의 차이가 커 마을에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고 이씨는 전했다.인심 넉넉하던 마을이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보상을 적게 받는 이는 많이 받는 주민을 시기하며,양쪽이 패가 갈려 분위기가 서먹서먹하다는 것이다.
그는 “보상을 놓고 갈등이 있는 집은 아직까지 없지만 돈이 나온 뒤에는 분명히 그런 집이 생길 것”이라면서 특히 자녀들간의 다툼을 걱정했다.하지만 ‘돈벼락 맞았네.’‘효자마을 났네.’하는 소문이 떠도는 게 못내 달갑지 않은 듯 “부모가 보상에 대해 잘 몰라 자식에게 물어보려고 부르는 일이 더 많다.”고 애써 변명했다.
대선 이후 신행정수도 건설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땅값이 고공행진을 해온 충남 공주시 장기면 지역도 마찬가지다.김시종 장기면 산업계장은 “토지를 판 주민들마다 ‘돈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농협에 빚 갚고 알랑거리는 자녀들에게 많이 뺏긴 것 같다.”고 귀띔했다.장기면 송문리 이모(64)씨는 “이웃들이 땅을 많이 팔지는 않았지만 땅을 판 집의 자녀들이 한때 들락날락했다.”고 전했다.
주택공사 아산 신도시사업단 정진항 보상담당 차장은 “개발지역 자녀들이 갑자기 빈번하게 고향을 찾는 것은 세상물정을 미뤄봐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한 뒤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가족간 갈등도 더러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않게 이번에 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된 충북 음성군 맹동면 쌍정1리 이장 최성수(46)씨는 “우리 마을에는 속썩이는 자녀들이 없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혹 이런 일이 벌어져 후덕한 마을 인심을 해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아산·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04-06-1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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