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교하농협 자진해체 배경

파주 교하농협 자진해체 배경

입력 2004-02-28 00:00
수정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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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파주 교하농협의 자진 해산에 나선 것은 현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내세웠던 농협에 대한 개혁정책이 불발에 그치면서 예견된 농정의 실패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10년 만에 WTO(세계무역기구) 쌀 재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불만이 ‘거대 농협’을 겨냥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다른 지역농협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위한 사업보다 고리대금업 치중”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농협이 농민들을 위한 사업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반 시중은행처럼 ‘고리대금업’만 해서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데 있다.때문에 농민단체들은 신용사업(은행업무)과 경제사업(농산물 수익사업)의 분리를 요구해 왔다.1961년 출범한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함께 함으로써 자생력을 갖춰 세계 농민조합들로부터 수범사례로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농민들의 큰 불만을 사는 형국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농협은 신용·경제사업의 분리와 관련,“신용사업에서 올리는 수익을 경제사업에 투입하기 때문에 신용사업을 게을리하면 신용·경제사업 모두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반박한다.물론 농민단체들은 경제사업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지난해 노무현 정권 출범 직전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농협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했다.대의원 및 조합장에 대한 선거제도에서부터 농협의 운영체제까지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선거제도의 개선은 뒤로 미룬 채 임원진의 근무방식 등을 일부 바꾸는 개선안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농림부도 “농협개혁은 농협중앙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뒤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1200여개 조합,238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데다 회장·지역조합장·대의원 모두가 선출직이어서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농협이 농정의 실천주체라는 점도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농협에서는 농민들의 불만을 살 수 있는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이달초 교하농협에서의 현금인출 사건처럼 농협직원이 사기꾼들과 짜고 수억원씩의 예금을 빼돌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돈을 털리는 일마저 발생하고 있다.

“독점·비민주적 운영에 농민 분노 폭발”

교하농협의 해체 결의는 대의원총회에 이어 조합원 총회에서도 의결되면,조합은 농림부장관 승인을 거쳐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그러나 예금자의 경우 예금을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농협은 파주 교하농협의 경우 현재 여·수신업무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체조합의 자산은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끼리 분배를 하게 된다.교하조합은 부채보다 자산이 조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최근 부실경영에 따라 파산 절차를 진행중인 경남 낙농협동조합 등 9곳은 남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출자금 반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손재범 정책실장은 “농업시장은 개방되는데 농협은 독점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돼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농협도 경영체인 만큼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조합장은 선출직 비상근으로 바꿔 경제사업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2004-02-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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