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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재정비, 후계구도 ‘포석’?

당 재정비, 후계구도 ‘포석’?

입력 2010-09-01 00:00
업데이트 2010-09-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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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초순 ‘44년만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제3차 대표자회는 다음 세대 북한 체제의 ‘밑그림’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무엇보다 후계자 김정은(김정일 국장위원장 셋째 아들)의 대내외 공식화와 관련해 이를 뒷받침할 북한 노동당이 어떤 위상으로 재정립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 행사를 여는 주요 목적 중에는 노동당 지휘부의 인적 구조를 재정비해,최고 권위를 지닌 초국가적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것이 분명 ‘높은 우선순위’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재정비가 이처럼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은 현재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로 일컬어지는 국방위원회의 부상과 무관치 않다.

 원래 1972년 창설된 국방위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유명무실’한 조직이었으나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선군정치’를 이끌 실질적 최고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했다.

 이와 반대로 노동당은 지난 30여년 동안 정례행사를 제대로 열지 못할 정도로 ‘반사적인’ 퇴락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당 대표자회 소집 결정을 전하면서 ‘당 대표자회가 당을 강화하고 그 영도적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이는 정치적 사변’이라고 평가했는데 이 또한 북한 당국이 이번 행사에 부여하는 의미가 각별하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북한이 당을 다시 정비하려 하는 징후는 진작부터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예컨대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 회의에서는 당 중앙위 정치국의 제의에 따라 최영림 신임 총리가 선출됐다.

 이번 당 대표자회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 후계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정지작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어떤 공식 직책을 맡게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김정은 후계체제가 탈 없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당 조직을 정비하고,측근들을 전진 배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이번 당 대표자회를 중시하는 저변에는 허술한 노동당 조직을 그대로 두고는 후계 구도를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실제로 북한은 1980년 6차 당대회를 끝으로 그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당대회를 열지 않았고,1993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로는 당 전체가 참여하는 규모의 공식 행사가 전혀 열리지 않았다.

 노동당 규약은 당의 최고 지도기관을 ‘당대회’로 규정하고,당대회에서만 당 강령과 규약을 채택하거나 수정·보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또 당대회는 당 중앙위원회가 5년마다 소집하되 필요에 따라 그 시기를 조정할 수 있고,이와 별도로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6개월에 한번씩 열도록 돼 있다.

 당대회 사이에 열리는 ‘당대표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전략전술에 대한 긴급한 문제를 토의·결정하고,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당 중앙위원 등을 제명·보선하는 행사다.

 이런 저간의 흐름을 보면 북한 노동당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최고 지도자로 나선 이후 본연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선군정치를 앞세우고 국방위 주도로 주요 정책결정에 이뤄지면서 노동당 입지가 확연히 약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비근한 예로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140명에 달했던 당 중앙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그후 사망하거나 해임됐지만 지금까지 다시 채워지지 않았고,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비서국 비서 자리도 여러 개 비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와 미래의 파워 엘리트들을 포괄하는 당 중앙위가 다른 권력기관보다 우위에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그런데도 국방위를 당보다 중요한 최고 권력기관으로 보는 것은 남한 중심적 편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일단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들을 선임한 뒤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현재 김정일 위원장 혼자 남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상무위원을 비롯해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비서국 비서를 충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인민에 대한 ‘당의 지배’ 개념이 확고해져 당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되고,이런 당의 조직과 권한을 토대로 후계구도가 다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또 국방위 인사들도 당의 주요 포스트에 많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노동당의 위상을 높이되 국방위와 세력 균형을 맞추고,김정은을 보좌하는 ‘인력 풀’도 가능한 한 두텁게 구축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20대 후반에 정치적 경험과 식견도 일천한 김정은이 후계체제를 확립할 때까지 이런 인적 보좌시스템이 버텨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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