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의원들은 7일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시도하기로 한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당 재선의원 12명은 이날 박민식 의원 주도로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박 의원을 비롯해 조해진, 강석호, 김세연, 김학용, 신성범, 황영철, 박상은, 김성태, 이한성, 안효대, 정미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계와 당 지도부의 사퇴 압박에 맞서 비박계의 집단 행동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예고 없이 회의장을 불쑥 찾았다. 당 지도부의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 시도 결정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1시간 정도 회의에 배석한 뒤 나와 “당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반대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모인 재선 의원들에게 그동안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나눈 얘기와 사퇴 권고 결의안을 내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이 끝난 뒤 박민식 의원은 “사퇴 권고라고 미리 결론을 내려 놓으면 공정한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어 명칭을 변경해 줄 것을 김 대표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총에서 당의 미래에 대한 제한 없는 의제로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거친 뒤 8일 의총 안건명을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의 건’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의총에서는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찬반을 놓고 의원들의 격론이 벌어질 경우 계파 갈등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비박계 맏형 격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