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현수막’ 허용하자고 나선 선관위, 국회 허용할까?

‘내로남불 현수막’ 허용하자고 나선 선관위, 국회 허용할까?

강병철 기자
입력 2021-04-24 10:00
수정 2021-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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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 내
과거에도 의견냈지만 국회 논의 안해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보궐선거 왜 하죠?’, ‘성평등’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현수막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2021.3.23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보궐선거 왜 하죠?’, ‘성평등’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현수막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2021.3.23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당시 특정 정당이 연상된다며 투표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 ‘위선’, ‘무능’ 등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문구를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며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다. 선거 기간 이를 두고 야당에서 “선관위가 편향됐다”는 주장을 반복하자 국회에서 원하는대로 법을 바꾸라고 의견을 낸 것이다. 이미 과거 두 차례나 선관위의 비슷한 개정 의견을 뭉갰던 국회가 이번에는 정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 개정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2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재보선 이후 국회에 선거법 58조(투표참여 권유활동)에 대한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법 58조 2항은 투표 참여를 권유할 때 정당 및 후보자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는 시설물, 인쇄물, 표시물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 의견은 이 조항 자체를 선거법에서 삭제하고 국민들에게 폭넓은 정치적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앞서 선관위는 재보선 당시 해당 선거법 조항을 근거로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은 물론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등에 대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사용금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편향적인 결정을 했다”고 반발했고, 시민단체 등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집중포화를 받자 결국 선관위가 관련 규정을 국회에서 원하는대로 개정하라고 의견을 낸 것이다.

야권에서는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야 선관위가 개정에 나선 것 역시 편파적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같은 취지의 개정 의견을 과거에도 몇 차례 냈지만 국회가 처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규칙을 만드는 입장이면서도 개정을 미루다가 매번 심판을 탓한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2013년과 2016년에도 이들 조항이 유권자의 알권리와 실질적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에선 선관위 의견대로 관련 규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입장문을 내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역시 이의 폐지를 지속해서 요청하였지만 국회는 개정에 소극적이었다”며 “법 58조는 모호한 문구로 선관위의 유권 해석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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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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