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단절’ 선언한 통합당, 영남·고령층 반발 이겨낼까

‘극우 단절’ 선언한 통합당, 영남·고령층 반발 이겨낼까

이근홍 기자
입력 2020-08-29 07:00
수정 2020-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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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지자, 영남권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 폭탄
최근 통합당 영남·고령층 지지율 일제히 하락
“자기세력 없는 김종인이 반발 버텨낼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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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김종인과 주호영
이야기하는 김종인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0.8.3 연합뉴스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한 미래통합당이 지지 기반인 영남권 당원들로부터 적잖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 당 혁신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6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와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선 긋기에 나선 이후 일부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항의 전화나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29일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가 보수의 중심이다 보니 아무래도 극우 세력에 동조하는 분들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다”며 “왜 (극우와 선을 그으려는)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통합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카멜레온 김종인(비상대책위원장)씨와 주호영씨는 말을 삼가라’, ‘더이상 애국당원들과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라’, ‘싸울 수 있는 투사는 모두 내보내고 통합당이 하는 일이 뭔가’ 등 격앙된 반응의 글들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등 극우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들이 통합당을 비난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경욱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뿌리가 없는 자들이 통합당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글과 함께 통합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소개했다. 민 의원은 지난 26일 “어디서 굴러먹던 김종인, 하태경 따위가 당으로 들어오더니 나더러 극우라고 한다”고 한 바 있다.

구독자가 129만명인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는 방송에서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에서) 제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진태·민경욱·차명진 전 의원이 열심히 싸워주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을 격려하고 박수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이 집회 참석자 가운데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이 집회 참석자 가운데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 지도부와 지역구 의원들이 극우 단절과 관련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결국 지지율과 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대다수 의원과 당원들은 소위 ‘태극기 부대’와의 선 긋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건 5~6%에 달하는 극우 지지층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영남과 고령층이 극우 성향과 가까운 만큼 TK·PK에 기반을 둔 통합당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 보다 3% 포인트 떨어진 20%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주 원내대표의 선 긋기 발언 이후 조사에서 통합당에 대한 대구·경북(37%, 2% 포인트 하락), 부산·울산·경남(23%, 7% 포인트 하락), 60대 이상(28%, 2% 포인트 하락) 지지율이 일제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어렵게 계기를 만든 만큼 당 지도부는 강경 보수와의 선 긋기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나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쓸데없는 소리하는 쪽 얘기는 듣지 않는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리는 지침은 국민 모두가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 딴소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 극우 세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을 향해 총질하는 극우 인사들이 명확하게 드러난 지금이 오히려 쇄신의 기회”라며 “다만 당 내에 자기세력이 없는 김 위원장이 핵심 지지층의 영남과 고령층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 지지자들 중 합리적 소통의 능력을 가진 이들을 보수의 주류로 조직하고, 말이 안 통하는 아스팔트 우파들은 주변화해야 한다”며 “광화문 집회의 참상을 보고도 배운 게 없다면, 보수는 영원히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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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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