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 눈치 보다 뒤늦게 빗장걸기…여론 거세지자 전격 선회

정부, 中 눈치 보다 뒤늦게 빗장걸기…여론 거세지자 전격 선회

박기석 기자
박기석, 이재연, 김진아 기자
입력 2020-02-02 22:18
업데이트 2020-02-0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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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거주 중국인 입국금지 배경

올 시진핑 방한 앞두고 한중 갈등 우려
지난주까지 “부작용 야기” 사실상 반대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불안감 거세져
美·日 등 세계 각국 중국인 입국 금지 영향
청와대 청원 65만 돌파…여론 압박 한몫
한국당 “졸속”…범여권 “불가피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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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왼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세균(왼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4일부터 우한이 속한 중국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이 지역에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 속도와 이로 인한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입국 금지 자제 권고와 대중 관계를 고려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데 고심을 거듭했으나, 결과적으로 여론에 떠밀린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인 및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WHO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여행과 교역의 제한은 권고하지 않았다. 사람과 물품의 이동을 제한하면 방역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제한할 수 있고, 밀입국 등 방역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발병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사례는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입국 금지 대열에 합류하자 정부도 입국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입국 금지를 찬성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 2일 오전 기준 65만명을 넘는 등 여론 압박이 커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2일 “초기부터 감염이 가능한 감염특성 등을 고려할 때 감염자 유입 자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도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입국 금지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중 관계도 정부가 고심한 요인이었으나 결국 입국 금지 조치를 택했다. 앞서 양국은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년 만의 방한에 합의하며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갈등을 빚은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조치들로 지난해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인적 교류 등이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양국이 시 주석의 방한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중국과) 굉장히 소통이 잘되고 있으며, 외교 마찰이 있다고 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며 “양국 간 이미 계획된 외교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합의가 있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정부 결정에 대해 “이미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 상황에서 부족하고 뒤늦은 대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대안신당 등 범여권에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20-02-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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