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밟는 자, 나라를 밟는다”… 파격의 ‘1세대 페미니스트’

“아내를 밟는 자, 나라를 밟는다”… 파격의 ‘1세대 페미니스트’

김정화 기자
입력 2019-06-11 22:32
수정 2019-06-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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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인권 운동의 선구자 이희호

“유복한 환경이 빚”이라며 여성차별 반기
혼인신고 캠페인·여성부 창설에도 기여
근로여성 조사로 차별적 대우 철폐 운동
‘암탉’ 등 생활 속 여성 비하 언어 없애기
남녀상속 차별 없애는 가족법 개정까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10일 97세로 별세하기까지 여성 운동과 민주화 투쟁,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하며 족적을 남겼다. 1976년 5월 ‘3·1 구국선언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첫 재판이 열린 서울 서소문 법원 앞에서 이희호 여사와 피고인 가족들이 검정 테이프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입에 붙인 뒤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공개재판을 하라는 항의의 표시였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10일 97세로 별세하기까지 여성 운동과 민주화 투쟁,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하며 족적을 남겼다. 1976년 5월 ‘3·1 구국선언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첫 재판이 열린 서울 서소문 법원 앞에서 이희호 여사와 피고인 가족들이 검정 테이프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입에 붙인 뒤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공개재판을 하라는 항의의 표시였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지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부인이기 이전에 한국에서 여성 인권 운동의 문을 연 ‘1세대 페미니스트’였다. 유복한 가정환경이 ‘빚’이었다는 이 여사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국내에 알려지기도 전에 가부장제에 맞서고 여성의 권리를 외쳤다.

이 여사가 주도한 여성 운동은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엔 파격이었다. 대표적인 게 ‘혼인 신고를 합시다’ 캠페인이다. 당시에는 결혼하고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뒤에 들어온 첩 때문에 본처가 호적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여사는 1959년 한국 YWCA(당시 대한YWCA연합회) 총무를 맡으면서 전국 YWCA에 포스터를 보내고, ‘첩을 둔 남자를 국회에 보내지 말자’, ‘아내를 밟는 자 나라 밟는다’ 같은 플래카드를 만들어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또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 여성 교육자 황신덕 여사, 헌정사상 첫 여성 당대표 박순천 여사 등과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회를 결성하고 남녀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연구회는 여성법률상담소를 설치해 억울한 여성들의 동반자가 됐고, ‘근로 여성 실태조사’를 실시해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10일 97세로 별세하기까지 여성 운동과 민주화 투쟁,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하며 족적을 남겼다. 이 여사가 1959년부터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1962년까지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 총무로 활동하던 모습. 뉴스1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 10일 97세로 별세하기까지 여성 운동과 민주화 투쟁,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하며 족적을 남겼다. 이 여사가 1959년부터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1962년까지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 총무로 활동하던 모습.
뉴스1
이 여사는 연구회장 시절인 1968년 ‘직업여성 세미나’를 열고 여성 직장인들이 겪는 차별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문은 “여성들의 직장 진출이 눈부신 현재에도 남녀 임금 차이, 결혼 즉시 퇴직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대우가 여전히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다”면서 “최소한 노동법상 규정된 보호 조항이라도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회에서 이 여사가 시작한 차별 철폐 운동은 1989년 가족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개정안은 모계·부계 혈족을 모두 8촌까지 인정하는 등 친족 범위의 남녀 차별과 남녀 상속 차별 등의 내용을 없앤다는 게 골자였다. ‘아내의 권리가 남편과 같고, 딸의 권리가 아들과 같다’고 천명한 가족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성은 비로소 남편이나 아들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나 남성과 동등한 권리 주체가 됐고, 이는 2000년대 호주제 폐지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이 여사는 제도뿐 아니라 일상 속에 녹아 있는 남성 중심주의를 타파하려고 애썼다. 그는 자서전 ‘동행’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남자는 도둑질 말고는 뭐든지 해도 된다’ 등 무심코 던지는 말 가운데 여성비하가 많다”면서 “이 원인은 가부장제”라고 썼다.

이 여사의 활동은 김 전 대통령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내가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내의 조언 덕이었다”고 수차례 밝혔다. 국민의 정부 시절 여성부가 창설되고, 여성부와 문화관광부, 환경부, 보건복지부에서 4명의 여성 장관이 나온 것도 이 여사의 노력과 관련이 깊다. 가정폭력방지법,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것도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여성단체들은 11일 성명문을 발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이 여사께서 협의회 이사로 계셨던 1961~1970년은 전쟁 후 3·15 부정선거를 비롯한 여러 정치 사건이 벌어졌고, 뿌리 깊은 성차별이 남아 여성단체가 싸워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면서 “여사님이 있어 대한민국 여성운동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정식 출범하는 등 2일을 기점으로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이에 오현주 서울특별시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부과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기록 및 등재 의무가 원활히 이행되려면, 정부 차원의 법적 활용 근거 신설과 함께 세부적인 시스템 작동 방식 및 예산 분담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오현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시를 비롯한 10개 광역지자체 특사경 실무협의체는 지난 9월 10일 공동명의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국가 구축 및 관리에 관한 건의서’를 법무부에 전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2일 현재까지 정부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건의서의 주된 내용은 특사경이 KICS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법률상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 범주에 이들을 명시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기존 법무부 KICS 접근 권한을 특사경까지 확대하거나 국가가 주도하여 통합 시스템을 직접 구축 및 관리해 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9조의2는 사법경찰관리 등이 수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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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6-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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