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집요하게 DJ 사찰…MB 사이버사와 닮아

전두환 정권, 집요하게 DJ 사찰…MB 사이버사와 닮아

신성은 기자
입력 2017-11-01 07:27
수정 2017-11-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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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민 여론 동향도 파악…이철희 “잘못된 역사의 반복”

1987년 9월 8일 당시 김대중 민주당 상임고문이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추모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1987년 9월 8일 당시 김대중 민주당 상임고문이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추모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가 5·18 민주화운동의 정치적 파급력을 억제하기 위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전라남도 주민들의 민심을 분석한 보안사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 여론 동향에 민감하게 대응한 이명박 정부의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활동과 비슷한 점이 있다.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입수한 보안사 예하 505보안부대의 1985년 4월 30일 자 ‘특별 보고’ 문건에 따르면, 보안사는 ‘K.T’라는 별칭을 붙여 김 전 대통령 주변을 뒷조사했다.

505보안부대는 “K.T 추종 세력은 13개 단체 235명”이라며 “광주에 8개, 목포, 무안, 순천, 함평, 장성에 각 1개의 단체가 있고 대부분 50세 이상 노년층으로 구성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신민당과 민한당 가입자들이 주선해 364명이 9회에 걸쳐 K.T 가(家)를 집단 방문했다”며 “이와 연계한 광주사태 관련자는 K.T가 행동 방향을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505보안부대는 학생, 종교인, 공무원, 경제인, 일반시민 등이 김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한 ‘도민 시각’을 보고했다. 전남도민의 계층별 여론을 조사한 것이다.

학생은 김 전 대통령을 ‘우리의 꿈을 실현해줄 유일한 전남 출신 인물’로 보고, 종교인은 ‘K.T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손잡고 일해야 민주주의가 이룩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공무원은 ‘K.T나 Y.S는 상호 권력 다툼으로 자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경제인은 ‘K.T의 영향력이 정국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경제불황과 관련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일반시민의 경우 ‘K.T의 인기 상승은 본인의 위대함보다 현실에 대한 불만 덕분’이며 ‘K.T로 인해 광주 시민이 또다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보고했다.

505보안부대는 김 전 대통령이 활동하면서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표출’하는 것으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리는 듯한 표시를 보고서에 남기기도 했다.

보안사의 특정인에 대한 뒷조사와 여론 동향 파악은 이명박 정부 당시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했던 업무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의원은 사이버사가 지난 2011∼2012년 문재인 대통령 등 유명인사 33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향을 파악한 사실을 당시 내부 문건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사이버사는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의 SNS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으며,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 등의 동향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전두환 정권이 5·18 유족과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다”며 “과거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이버사 등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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