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로 열어 주겠다” 제안했어도…검찰, 가족 출입 저지 인정 ‘감금’ 판단

경찰 “통로 열어 주겠다” 제안했어도…검찰, 가족 출입 저지 인정 ‘감금’ 판단

입력 2014-06-10 00:00
업데이트 2014-06-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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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감금 논란 속 野 의원들만 기소

9일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4명에 대해 200만~500만원의 약식기소 방침을 밝히면서 1년 6개월을 끌어온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다. 국가정보원 소속 여직원 김모(30)씨의 오피스텔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벌인 대치 상황에 대해 검찰이 감금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 등은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정치 관련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댓글 공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로 향했다. 경찰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대동한 야당 의원들은 여직원 김씨의 거주지인 오피스텔 607호 앞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김씨가 응하지 않으면서 3일간의 대치 상황이 시작됐다.

다음 날 민주당 의원들이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김씨는 현장에 방문한 부모님이 조달해 준 음식을 먹으며 한동안 버텼다. 김씨는 사흘째 되는 날 문을 열고 자신의 컴퓨터를 경찰에 제출한 뒤 민주당 관계자들을 감금·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논란은 지난해 8월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계속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권 전 과장은 “경찰은 김씨에게 ‘통로를 열어 주겠다’고 제안했다”며 “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도 “이번 사건은 감금이 아니라 잠금이다. 김씨는 셀프 감금을 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씨는 “3일 동안 감금을 당하는 위급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올해 초 해당 의원들에 대한 소환·서면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국에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은 이날 김씨를 감금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로 김 의원 등 4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출근하려고 나오는데 문을 밀어서 못 나오게 한다든지 가족들을 못 들어가게 한 것이 구체적으로 규명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사건에 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6-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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