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태극기에 애국가 울리기까지…곡절 많은 역사

北서 태극기에 애국가 울리기까지…곡절 많은 역사

입력 2013-09-14 00:00
업데이트 2013-09-1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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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들어 경직된 태도 벗기 시작

북한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14일 처음으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됨에 따라 과거 북한이 이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였고 이번에 이를 허용한 배경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이날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 남자 주니어 85kg급에 출전한 김우식(19·수원시청)과 이영균(19·고양시청) 선수가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해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됐다고 AP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한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듯 북한도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사회주의 혁명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축구대표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이 무산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완강히 거부한 탓에 남북 양팀은 결국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를 사이에 두고 태극기와 인공기가 게양된 가운데 벌어진 양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북한은 홈경기의 이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은 외국에서도 태극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북한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는 주최 측의 착오로 전광판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표시되는 바람에 북한 대표팀이 항의의 표시로 1시간 넘게 경기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실수를 인정하고 북한 대표팀에 사과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북한은 스포츠 밖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여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에는 북한이 대북 지원용 쌀을 싣고 청진에 입항한 남측 수송선 씨아펙스호(號)가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달게 한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여자부 남북 대표팀의 맞대결을 중계하며 득점과 함께 태극기와 인공기 이미지를 나란히 내보냈다.

앞서 올해 5월 프랑스 파리 탁구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남북 대표팀이 맞붙었을 때도 중앙TV는 화면에 태극기 이미지를 띄웠다.

김정일 시대만 해도 중앙TV는 남한 대표팀의 경기를 중계할 때 화면에 태극기 이미지를 내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최근 태극기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대화파’로 통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국가체육위원회를 이끌게 된 것도 새로운 기류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상임위원장은 “김정은 시대 북한이 추구하는 ‘체육강국’ 건설을 장성택 부위원장이 주도하면서 최근 북한 스포츠 부문에서 국제적 기준을 따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남한에서는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처음으로 게양됐다. 당시 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MMC) 개관식에서 인공기는 44개 참가국 국기 게양식에 포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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