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권·직권상정 권한… 극한대치 할수록 역할 커져
1일 이슈의 중심은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다. 1차적으로는 지난달 30일 비정규직 보호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의 한가운데 선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원내 1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추 위원장을 찾아가 법안 상정을 촉구한 장면은, 이 사안을 둘러싼 ‘힘의 우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국회 관계자들은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갖는 힘과 상임위원장이 해당 상임위에서 갖는 힘은 거의 같다.”고 말한다. 국회의장과 차이점이 있다면 외부 치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호권’이 없다는 점 정도다. 상임위원장은 회의소집, 회의진행, 의안 작성 등에서 사실상 거의 전권을 갖고 있다. ‘질서유지권’ 발동에 ‘직권상정’의 권한도 갖고 있다.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과 국회법 및 기타 국회규칙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운영위원장이 해당 상임위원장을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의 대부분을 추 위원장에게 떠넘긴 근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18일 국회가 ‘무법(無法)의 전당’이 된 것에서도 국회 상임위원장의 파워를 엿볼 수 있다. 이날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18대 국회 첫 질서유지권이 발동됐다. 한나라당이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는 데 맞서 민주당은 망치와 전기톱까지 들고 나왔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지난 2월27일 오후 8시40분 기습적으로 상임위를 개회했다. 금산분리완화 관련 법안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11시45분쯤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저지로 자정을 넘기면서 뜻을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다.
법안을 상정할 수도 있고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국회 상임위원장의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법은, ‘교섭단체간 협의’에 가장 많은 권능(權能)을 부여하고 있다. “모든 의사일정과 회의 운영이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면 상임위원장이 회의 운영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게 의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여야가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할수록 위원장들의 역할은 축소된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대치를 보인다면 상임위원장의 파워는 역설적으로 더 세지게 된다. 이 원칙은 국회의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2009-07-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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